[생생확대경]25년 묵은 삼성 성과급 손볼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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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사업부 소속되면
개인 성과 무관 막대한 성과급
'전사 공통' 배분 금액 늘리고
사업부 지급 방식 세분화해야

  • 등록 2026-06-29 오전 5:00:03

    수정 2026-06-29 오전 5:00:03

[이데일리 김정남 산업부 차장] 삼성전자 완제품(DX)부문 직원들이 최근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현재 DX부문 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사업은 사실상 적자 상태다. 성과를 못 낸 이들이 구조조정은 고사하고 ‘왜 성과급이 없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같은 회사 옆 부서’로 고개를 살짝 돌려보면 아예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반도체(DS)부문 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은 장기간 적자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올해 최소 1억~2억원의 특별성과급을 받는다. 똑같이 적자를 냈는데, 누구는 600만원(DX부문)을 받고 누구는 수억원을 받는다. 더 ‘웃픈’ 것은 정작 이들은 같은 DS 산하의 메모리사업부와 비교하며 성과급이 적다고 불만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노사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6억원에 육박하는 특별경영성과급(연봉 1억원 기준)을 받을 수 있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성과급이 100배 차이가 난다면 누구든 ‘검은 옷 출근’을 강행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인사 파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대체 불가’ S급 인재를 가려내는 일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이들을 관리한다. 계약서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따로 쓴다. 그렇다면 통상 부사장급 이상인 S급 인재들은 성과급을 얼마나 받을까. 전현직 삼성맨들에게 물어보니, 10억원 이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이는 메모리사업부 신참 직원이 S급 인재 못지않은 돈을 받는 촌극이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한 외국계 기업 대표급 인사는 “회사를 움직이는 핵심 인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 것은 흔하지만, 특정 사업부 내 모든 직원들이 큰 돈을 나눠가지는 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사(分社)다. 문제는 삼성 내부적으로 삼성전자를 쪼개는 일이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비용, 인력 배치 문제 등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까지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분사가 어렵다면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올해처럼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임시방편으로 특정 사업부만 특별경영성과급을 주는 방식은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니, OPI 자체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OPI는 벌써 25년 전인 2001년 PS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제도다.

그렇다면 ‘뉴 OPI’의 철학은 무엇이어야 할까.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회사 직원으로서 정체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사 공통’ 성과급 배분을 늘려야 한다. 예컨대 올해라면 스마트폰 직원들이 파운드리, 시스템LSI 직원들만큼은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사업부 단위의 지급방식을 훨씬 더 세분화하고 차등을 둬 ‘무임승차’를 최대한 줄이는 묘수가 필요하다. 삼성 주요 계열사의 한 부장급 직원은 “개인의 성과와 상관없이 운 좋게 돈 잘 버는 사업부에 소속되면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현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고 했다. ‘뉴 OPI’ 결단은 삼성 최고위 경영진과 3개 주요 노조 집행부의 손에 달려 있다. 이들이 결단을 늦출수록 불필요한 유무형의 비용은 늘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완제품(DX)부문 직원들이 반도체(DS)부문과의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완제품(DX)부문 직원들이 반도체(DS)부문과의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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