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오전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의 동체에 의심스러운 구멍이 발견돼 격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새 떼와 충돌이 원인으로 거론됐으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항공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대공포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는 이날 오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떠나 러시아 남부의 체첸 자치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가던 중이었으나, 원인 모를 이유로 항로를 바꿔 카스피해를 지나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시에서 가까운 카스피해 인근 육상에 추락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은 고객사들에 보낸 경고에서 당시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 등을 평가했을 때 해당 항공기는 러시아군의 방공망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도 엑스(X·옛 트위터)에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까지 구멍이 나 있다며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그로즈니 상공을 폐쇄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비행기는 러시아에 의해 손상됐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로즈니에 긴급 착륙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졌다”고 적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럿 나 있는 것을 들어 미사일 공격이나 방공 시스템 작동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여객기가 악타우로 하강하기 전 위험할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하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행추적 사이트 에어로트랜스포트 데이터 뱅크의 설립자 알렉산드르 아브레인은 “항공기가 통제에 여러 문제를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객기는 출발 후 러시아 북코카서스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간밤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는데, 여객기가 추락하기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한 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오스프리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니컬슨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러시아에서 드론 공격과 방공 시스템에 대한 경고 200건 이상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하게 일깨워주는 사례”라며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있었던 방식으로 생명이 희생된 사실을 알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러시아 공중 방어 자산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조사관들이 결론 내리기 전 가설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정부 당국자들도 사고 원인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조사관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한편, 이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생존자는 2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