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내수 침체에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수출까지 둔화하며 ‘경제 정책 방향’ 수립이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더 악화한 한국 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향후 5년 경제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서다.
두 후보 모두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새 정부는 출범 첫날부터 비상 경제 체제에 돌입해 위기 돌파구를 찾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내수 시장을 살릴 30조원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내수 살리기 총력전이 가장 우선 과제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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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민주당 당직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경방)’ 마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 경제 진단과 함께 하반기 추진할 과제를 담은 경방을 내놓는다.
이번 경방은 당장 시급한 경제 현안부터 새 정부의 향후 5년간 경제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의미가 크다. 민생경제 활성화와 통상 대응,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 등 주요 경제 관련 공약들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의 현재 경제 진단이 담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데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어 이 같은 성장률 수정은 불가피하다. 이미 한국은행(0.8%)과 한국개발연구원(KDI·0.8%) 등 주요 기관이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에서도 이번 경방을 통해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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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비상 경제 체제’ 가동하고 30조원대 추경 속도
경방 발표에 앞서 새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비상경제대응 TF’를 가동하고 비상 경제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1호 경제 정책’으로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꼽힌다. 지난달 국회에서 13조 8000억원의 추경이 편성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산불피해 복구 및 통상·AI 등 재난 등 긴급한 사안에 대응하는 성격이었다. 한은은 1차 추경의 효과가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2차 추경은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한 ‘경기대응 추경’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여야를 떠나 30조원대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소비 진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소비쿠폰 등 소상공인·자영업 지원 대책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경우 지역화폐 확대와 국비 지원 의무화 등을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은 경기 파급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을 통해 한시적으로 재정을 풀어서 성장률 둔화 충격을 보완해야 한다”며 “내수와 밀접한 건설 활성화 대책 및 소비 여력을 늘릴 수 있는 일자리 지원 관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법·예산안도 관심
오는 7·8월 말에 각각 발표할 세제개편과 내년도 예산안도 관심사다. 세액 공제와 재정지원 확대가 주요 과제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그간 중산충 등의 소득세 감면을 강조해온 만큼 관련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공제 확대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여러 방안이 논의 장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제 개편과 예산 편성 등 방향도 변경될 전망이다.
다만 조기 대선의 경우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경제 정책 방향에 구체적인 법안이나 사업 등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선 방향을 설정한 후 법안 추진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책을 실현하는 데는 살펴봐야 할 것이 많을 수 있다”며 “우선 정부는 다양한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