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정부는 세 차례 상법 개정으로 기업지배구조의 하드웨어를 깔았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넓히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했다. 이제 그 하드웨어를 돌릴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밸류업을 비교해보면 결정적 차이가 있다.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상장회사에 요구했다. 자신이 목표하는 수익률인 자본비용과 실제 수익성을 분석하고, 이를 넘어설 경영전략을 수립하여 공시하며, 투자자와 대화하라는 것이다. 법적 강제는 아니지만 ‘준수 또는 설명’ 원칙으로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
한국 밸류업에는 ‘자본비용’이라는 단어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지금 국회에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계류 중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에 못 미치는 상장사는 상속·증여세를 매길 때 시가 대신 순자산가치의 80%를 적용해, 상속을 앞두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유인을 끊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이것은 왜곡된 주가, 곧 분자를 지키는 소극적 방어일 뿐, 자본을 잘 쓰라는 분모의 규율이 아니다. 게다가 겨냥하는 대상은 상속을 앞둔 일부 기업에 그친다.
공시를 의무화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법안마저 ‘2년 연속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일본이 자본비용이라는 ‘투입’을 경영의 언어로 심을 때, 우리는 PBR이라는 ‘결과’만 쳐다본다. 결과를 규제한다고 그 결과를 낳는 경영이 바뀌지는 않는다.
문제의 뿌리는 더 깊다. 한국의 지배주주는 현금흐름권보다 지배권을 강조한다. 그래서 모든 주주가 공유하는 주당 가치가 아니라, 지배에서 나오는 사적 이익을 좇는다. 배당이나 주가로 외부 주주와 이익을 나눌 유인이 약하다. 그 결과가 과소배당과 외형중시 경영이다. 배당을 적게 주고 내부에 유보해야 지배기업의 외형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본비용이 경영의 중심에 설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유인 구조의 결과다.
자본비용은 바로 이 병리를 정조준한다. ‘기회비용을 넘지 못하는 자본은 주주에게 돌려주라’는 규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가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비용을 초과할 때 증가한다. ROE가 자본비용에 미치지 못하면 자본을 아무리 쌓아도 기업가치는 하락하여, 1이 안되는 PBR로 나타난다. 즉 낮은 PBR을 세금으로 올릴 수는 없다. 왜냐면 자본효율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조세로 응징하려는 발상이 문제를 잘못 진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끌어올려야 할 것은 결과인 PBR이 아니라, ROE를 높여 가치창조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입법이 진행되는 지금이 기회다. 판별하기 어려운 ‘누르기’를 사후에 응징하기보다, 자본효율을 사전에 공시하게 하는 편이 더 깨끗하고 효과적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처럼 목표 자본비용과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의 전략을 공시하는 것을 밸류업의 중심에 놓자.
상법이 ‘누구를 위한 경영인가’를 정했다면, 자본비용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경영인가’를 정한다. 둘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누르지 못하게 막는 것과 오를 이유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어렵게 깔아둔 지배구조의 하드웨어가 실제 기업가치로 연결되려면, 경영의 언어가 외형에서 자본의 효율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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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석 서강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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