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파업은 막았지만…"반도체만 돈잔치" 내전 불씨 활활 [종합]

4 days ago 6

삼성전자 노조, 임단협 잠정 합의안 가결
노노 갈등 '불씨' 남아…법적 분쟁 지속
적자 사업부 보상에 성과주의 원칙 훼손
'영업이익 N%' 보상, 타 기업 확산 우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사간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최종 가결됐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놓고 총파업 직전까지 치달았던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투표권과 합의안 효력을 둘러싼 노노 갈등 불씨를 남겼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임단협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권을 가진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95.5%를 기록했다. 찬성은 4만6142명, 반대는 1만6474명으로 73.7% 찬성률을 나타냈다.

다만 노조별 표심은 엇갈렸다. 초기업노조는 재적 조합원 5만7332명 중 5만5333명이 참여해 4만4606명이 찬성했다(찬성률 80.6%). 반면 전삼노는 8261명 가운데 7283명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찬성은 1536명에 그치고 반대표는 5747명으로 훨씬 많았다(찬성률 21.1).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전 11시 임단협 조인식을 진행한다.

가결 이후 남은 변수는 비(非)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노 갈등이다. DX부문 조합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초기업노조가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 과정에서 동행노조 조합원들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행노조를 대리하는 강문혁 법무법인 대정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단순히 소수노조를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에 참여시키지 않은 사안이 아니다"라며 "투표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동행노조는 전날 수원지법에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첫 심문기일은 오는 29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강 변호사는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했다는 사정만으로 임금·단체협약 효력이 미치는 조합원의 절차적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동행노조는 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과 별도로 잠정 합의안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DX부문 조합원 5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도 앞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초기업노조 교섭요구안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봤다. 또 설문조사가 진행된 만큼 조합원 의견 확인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률대응연대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노바는 결정 이날 입장문을 내고 추가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바는 "큰 아쉬움을 표한다"면서 가처분 신청의 핵심은 교섭요구안 확정 과정 중 법령·내부 규약을 통해 규정한 절차가 생략된 것이라고 짚었다. 각 사업부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원이 노조 '총회 의결 생략'과 관련해 손해배상청구 등 별도 절차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데에 주목했다. 노바가 "이번 결정이 단체교섭 절차의 정당성을 확정한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이유다. 노바 측은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 결과와 후속 절차 진행 경과에 따라 필요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잠정 합의안 가결에 따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노사는 앞서 평균 임금 6.2% 인상과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담은 합의안을 마련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우려됐던 총파업 국면을 피한 데 이어 조합원 투표 문턱도 넘어서면서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다.

다만 합의안이 남긴 부담은 적지 않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 구조다. 향후 10년간 적용되는 방식인 만큼 성과급이 고정비처럼 굳어져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른 경영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도 성과주의 원칙을 흔드는 대목으로 꼽힌다. 소액주주들은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 방식이 주주 몫의 배당가능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도 삼성전자 사례가 다른 기업 노사 교섭으로 번져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보상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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