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0일 올 1분기 확정 실적과 사업 부문별 세부 성적표를 공개한다. 앞서 잠정실적에선 1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 이후 열리는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미 관세 대응 방안을 언급해 눌렸던 주가가 회복할지가 관심사다.
이날 발표의 최대 관심사는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8% 늘고 영업이익은 0.15% 줄어든 규모다.
이는 당초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매출 77조1928억원, 영업이익 5조1348억원)를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다. 잠정실적에선 부문별 성적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상쇄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증권사 4곳의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72억원이다. 메모리가 3조원대 이익을 올리고, 파운드리·시스템LSI가 2조원대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발표와 함께 오전 10시 열리는 콘퍼런스콜에서 어떤 전망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사업과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 사업을 모두 하고 있어 미 관세 정책 변화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전자 기업들의 생산 기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고관세를 예고한 베트남(46%), 인도(26%) 등에 몰려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주로 베트남과 인도에서, TV는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메모리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상대적으로 범용 매출 비중이 높아 미 관세 영향이나 경기 둔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는 미국의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고 오는 2028년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연평균 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HBM 3세대 제품인 'HBM2E'의 단계적인 생산 종료에 돌입하고 4세대 HBM3 또한 그 비중을 줄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은 5세대와 6세대 등 최신 HBM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전체 HBM 비중에서 5세대 HBM3E 매출 비중을 50% 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엔비디아 공급이 계속 지연되면서 실제 매출 비중은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MX) 사업부는 전 세계 8개의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베트남에 실제로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브라질(관세율 10%) 공장으로 생산지를 이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삼성전자가 베트남의 스마트폰 생산지 이전 없이 관세 부과를 100% 흡수한다면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3분의 1이 직접적 관세 영향에 노출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 전 선행 생산을 통해 스마트폰 재고 여유가 충분하고, 미국과 베트남 정부의 관세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로 눌렸던 주가가 반등할지도 관심사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이 기간에만 2조712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2조57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