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한 임원보다 연봉 높고
해고위험 전혀 없는 노동귀족
노동법상 보호 필요한지 의문
반대급부로 고용유연성 필요
‘초귀족 노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를 빗대어 만든 용어다. 현대차 노조를 칭하는 ‘귀족 노조’보다 상위 계급 노동자 조직이 생긴 셈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나 금융권 노조들보다도 위 계층이다.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만 6억원이면, 웬만한 대기업 임원은 물론 중소기업 사장이나 공공기관장 연봉보다도 많다. 여론은 싸늘함을 넘어섰다.
삼성 반도체 직원의 최근 익명 게시판 글은 가관이다. “학창 시절 놀고먹고 하다가 공고 나와 메모리 입사한 후 현재 8년 차 성과급만 6억원인데 말이 됐으려나”라고 했다. 앞서 SK하이닉스 반도체 직원이 올렸다는 “공고를 나와 취업했는데 이만한 가성비 루트가 없다” “인생이 달다”는 글과 다를게 없다. 올해 하이닉스는 1인당 성과급만 7억원 가량 받을 전망이다.
국민들 분노는 불공정함에서 터졌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과연 이들도 노동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약자인가. 초귀족 노조에 노동 관련 법들을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다. 현재 한국의 기업 임원은 연봉이 5억원 이상이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보고서에 일일이 공시해야 한다. 주주가 감시할 수 있게 법적 통제권을 부여한 경영진 보수 기준이 ‘5억원’이라는 얘기다. 자기들끼리 과다한 연봉을 못 주게 하려는 취지다.
근로자가 성과급만 6억원을 받는다면 연봉 5억원 이상 공시 대상 임원과 구분이 모호해진다. 과연 누가 초귀족 노조를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초과 노동을 착취당하는 존재라 생각하겠는가.
둘째, 6억원 성과급은 성과 기여에 비례적인가. 반도체 부문의 천문학적 이익을 해당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기여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반도체 불황 때 삼성전자 가전·모바일 부문 이익을 돌려 반도체 관련 투자를 지원하고, 수많은 협력업체가 이익률을 짜내며 버텨온 결과다.
반도체산업 세제 감면과 투자세액공제는 국민들 세금에서 나왔다. 단지 이 순간 반도체 생산라인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가 그 많은 성과급의 근거가 될 순 없다.
셋째, 성과급 구조가 대칭적이지 않다. 삼성 반도체 근로자는 호황 때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막대한 성과급을 가져가게 됐다. 반대로 불황 때는 적자가 나도 성과급이 줄어드는 것 말고는 페널티가 크지 않다. 주주처럼 손실을 보지 않는다.
글로벌 경쟁 기업들처럼 저성과자가 해고당할 위험이 없고, 부진한 팀이 해체돼 다른 사업부로 옮겨 가는 경우도 드물다. 오로지 이익만 취할 뿐이다.
국민들은 이번 노사 합의안을 초귀족 노조의 횡포로 본다. 소외된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던 ‘노란봉투법’이 초귀족 노조들의 무기가 됐다. 성과급 기준 같은 경영 판단을 놓고 파업이 가능해졌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축소됐다. 노동 약자를 위한 방패를 초귀족 노조가 낚아챈 형국이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했겠나. 이미 초귀족 노조는 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보호 정책과도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한탄했을 정도다. “영업이익에 대해 이익을 배분받는 것은… 주주가 하는 것이죠.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 그건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웬만한 임원보다 연봉이 높은데 해고 위험은 전혀 없는 세상 편한 초귀족 노조를 과연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야 할지 공론화해야 한다. 그들에겐 다른 노동자와의 연대의식조차 없지 않은가. 연봉 5억원 이상 임원은 공시 의무를 통한 통제를 받는데, 이보다 더 버는 초귀족 노조에 노동법 우산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다면, 반대급부로 성과에 따른 차등 임금과 해고도 가할 수 있는 유연한 고용 정책을 적용해야 공정하지 않겠나. 노동 관련 법들은 본연의 법 취지대로 진정한 노동 약자 속으로 더욱 파고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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