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9일 장중에는 두달여만에 6만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외국인이 다시 한국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 기관도 매수에 동참하는 중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력을 회복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다시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1.18% 상승한 5만98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6만400원까지 올랐으며, 시간외거래 종가는 6만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식이 6만원 이상에서 거래된 건 3월28일 이후 두달여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7일(5만3900원)을 저점으로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상승률은 10.95%다.
주가를 끌어 올린 건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 이후 7거래일 동안 9091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같은 기간 기관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 규모는 5288억원이다.
특히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로의 수급 유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전일까지 3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루 평균 약 1조원어치를 사들인 셈이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동안 1조원 규모로 주식을 순매수한 건 작년 8월18일 이후 10개월여만이다.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8조496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으로 다시 들어오는 배경은 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된 바 있는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9.7%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저점(49.2%) 수준”이라며 “수급 여력은 삼성전자 주가의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 수혜 기대감도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4월28일 1호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한 바 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며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를 짓눌렀던 반도체 기술 경쟁력 문제도 해결돼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1cnm 공정의 D램 수율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엔비디아와 AMD로의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4세대(3E) 12단 제품의 양산 테스트도 아직까지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실망스러웠던 결과를 받았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반도체 시황이다.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판매 증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에 따른 재고 축적 수요 등에 힘입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다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약해질 전망으로, 서버·모바일·PC 수요의 하향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완제품업체들이 7~8월 이후 재고 조정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7만2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