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에 이어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이 계속되면서 경남지역 과수농가들이 잇따라 피해를 입고 있다. 사과·배·단감 등 주요 품목의 주산지인 경남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추석을 한 달가량 앞두고 제수용 과일 가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경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수확을 앞둔 사과와 단감 등 도내 과수농가에서 재배하는 주요 과일이 일소 현상에 생육 부진까지 겹치며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소 현상은 강한 햇볕에 과일의 속살이 갈색으로 변하며 썩는 것을 의미한다.
사과 주산지인 거창, 밀양, 함양을 비롯해 단감 주산지인 창원, 진주 등에서 이 같은 일소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7∼8월에 과실이 커지는 사과, 배, 단감이 더운 날씨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그대로 익어버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광막 설치나 탄산칼슘 살포 등 대응책이 있지만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다 과일 표면에 얼룩이 남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산불과 집중호우에 이어 폭염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도내 과수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체 수확량이 줄어 농가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비자들은 올해 추석 제수용 과일을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 단감의 경우 전국 재배면적의 67%, 사과는 11%, 배는 5%를 차지하는 등 각종 과일의 주요 산지인 경남에서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 유통 종합정보 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사과 1㎏당 도매가는 올해 8월 기준 4691원으로 작년 동기(4243원) 대비 약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감은 1㎏당 경매가가 4042원에서 8139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