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범죄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약속한 수사 자료 공개가 찔끔찔끔 이뤄지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담긴 사진이 삭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부장관은 21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이틀전부터 공개하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삭제한 것에 대해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삭제 조치된) 사진을 보면 여성들의 모습이 있다. 그 사진을 공개한 뒤 그 여성들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그 사진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피해자든, 피해자 변호사든, 피해자 권리 단체든 우리에게 연락해 '문서나 사진 중에 나를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연락해오면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내리고 조사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공개했다가 삭제한 사진에 트럼프 대통령과 피해자가 함께 있었거나 관련이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는 사회자의 지적에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블랜치 부장관은 "만약 우리가 그 사진에 (엡스타인 범행 피해자 중) 생존자가 포함돼 있다고 믿었다면 애초에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정보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진에 대해 피해자 권리 단체의 의견이 접수되면 우리는 그것을 내리고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엡스타인 파일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문서·사진이 공개될 것이라고 보장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미 서너차례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돼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의 사진이 있다면, 그것들은 당연히 공개될 것"이라면서도 "그가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한다는 게 그 끔찍한 범죄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도 이날 CBS뉴스 인터뷰에서 법무부의 수사 자료 공개를 두고 "법무부가 법의 취지와 문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시 의원은 법무부가 엡스타인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을 공동 발의한 인물이다.
법무부는 상·하원을 통과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된 이 법에 명시된 시한인 지난 19일에 자료 일부를 웹사이트에 공개했고, 20일에도 추가로 공개했다. 그렇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상당한 데다, 먼저 공개한 파일 중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 16건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은폐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법무부가 법을 어겼다면서 팸 본디 법무부 장관 등 관련자들의 탄핵과 기소까지 거론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자료 공개에는 지극히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여성과 함께 있는 사진들을 여러 건 공개한 것은 법무부의 당파적 조치라는 게 민주당 대응에 깔린 기류다.
블랜치 부장관은 엡스타인 파일을 통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사진들이 대거 공개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을 피했다. 다만 "우리는 계속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있다. 이번주 수요일에도 추가 피해자들의 이름을 알게 됐다.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이름"이라며 추가 수사·기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무부는 자료 검토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인정보 삭제 등의 절차를 마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향후 몇 주에 걸쳐 파일 수십만개를 더 공개할 방침이다.
미국 언론의 평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는 엡스타인의 범죄 행각이나 그와 유력 인사들의 관계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개월의 진통 끝에 자료를 공개했지만, 막상 진상 규명을 바라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해줄 만한 내용이 없으면 행정부를 향한 의혹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로,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완전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엡스타인은 생전 정관계 유력 인사 다수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들 일부가 엡스타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게 아니냐는 등의 음모론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2000년대 초까지 엡스타인과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공공연히 어울렸기에 이런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오래전에 엡스타인과 멀어졌고, 그의 범죄와 관련없다고 해명해 왔다. 그럼에도 수사 자료 공개 법 제정을 막으려고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면서 의혹이 더 커졌다.
하지만 이 사안이 예상외의 폭발력을 가지면서 공화당이 동요하자 공화당 의원들에게 자료 공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독려했다. 그에 따라 이 법이 지난 11월 의회를 통과할 때는 공화당 하원의원 단 한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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