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첫발도 전에 ‘포기’…구직단념자 20%가 ‘20대’, 60대 제치고 1위

12 hours ago 1

20대 구직단념자 7.3만명, 전 연령대 중 최대…고용률 하락·실업률 상승
경력 선호·AI 확산에 좁아진 신입 문턱…‘취준’ 대신 ‘그냥 쉬었음’ 급증

취업박람회 모습. 뉴스1

취업박람회 모습. 뉴스1
구직단념자 5명 중 1명이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취업난을 넘어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0대 구직단념자는 7만 3407명으로 전체(35만 4000명)의 20.7%를 차지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30대(5만 8653명), 40대(5만 704명), 50대(4만 5760명), 60대(6만 8947명)보다도 많아,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이 오히려 가장 먼저 구직을 포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용지표 전반도 악화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 3월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 7000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역시 14만 7000명 줄어 4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43.6%로 전년보다 0.9%포인트(p) 하락하며 23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실업률은 7.6%로 상승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는 줄고,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조차 감소하는 이중 악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산업 구조 재편·경력직 선호·AI 확산에 좁아진 신입 문턱

산업 구조 변화도 청년 고용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청년층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에서 고용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에서 채용이 위축되면서 신입 채용 문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

채용 방식의 변화 역시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경력직 선호를 강화하면서, 실무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은 지원 기회 자체가 제한되는 구조다. 과거 공채 중심 채용에서 일정 규모의 신입을 선발하던 방식과 달리, 이제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 위주로 채용이 이뤄지면서 청년층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으로 단순·반복적인 엔트리 업무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청년층 고용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수의 숙련 인력과 자동화를 결합하는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구직 시장 밖으로 밀려난 청년들은 ‘쉬었음’ 상태로 머무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쉬었음’ 청년은 40만 2000명에 달했다. 반면 취업준비자는 63만 4000명으로 7.5% 감소해 2015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청년보다 구직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구조다.

전문가 “고착화된 취업 포기 악순환 끊어야”…정부 ‘청년 뉴딜’ 예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노동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취업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서 구직단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며 “일자리 미스매칭에 더해 또래 간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심리적 위축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경기 요인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청년 고용 부진을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에코붐 세대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산업 변화 속도에 비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경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직무 역량 강화와 일경험 확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뉴딜’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청년들이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일경험 기회를 제공해 노동시장 진입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 지원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고용 문제는 산업 구조, 채용 관행, 교육 시스템이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이탈하는 흐름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향후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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