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엄청난 관심을 받는 그의 새 시즌 거취에 모두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과의 대화가 이뤄진 뒤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 주장 손흥민의 새 시즌 거취에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시즌까지 EPL 브렌트포드를 이끌고 최근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토마스 프랑크 신임 감독의 결정이 가장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출처|브렌트포드FC 페이스북
손흥민(33)은 토트넘(잉글랜드)을 거쳐간 모든 사령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데뷔시킨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아르헨티나·현 미국대표팀)부터 주장을 맡기고 지난 시즌 프로 커리어 첫 우승 여정을 함께 했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호주)까지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애정 표현도 감추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훌륭한 선수이자 사랑스러운 청년(Lovely lad)”이라고 했고 조세 무리뉴 감독(포르투갈·현 페네르바체)은 “손흥민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포르투갈·현 노팅엄)도 “빼어난 실력에 행복한 성격의 손흥민은 해피 보이”라고 엄지를 세웠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탈리아·현 나폴리)은 아예 “사위로 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선수가 모든 지도자들의 신뢰를 받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흔하지 않다. 새 팀에 부임하면 누구나 변화를 고민하기 마련이고, 입김이 센 터줏대감부터 바꿔주는 것을 고려하는 데 손흥민은 항상 ‘교체 리스트’에서 빠졌고, 기대에 어긋난 적이 없다.
2025년 6월, 토트넘에는 또 한 번 큰 변화가 있었다. 역시 런던에 연고한 EPL 브렌트포드를 이끈 토마스 프랑크 감독(덴마크)이 부임했다. 레버쿠젠(독일)을 떠난 2015년 여름부터 토트넘에서 10번째 시즌을 마친 손흥민이 맞는 6번째 사령탑이자, 감독대행 2명(라이언 메이슨, 크리스티안 스텔리니)까지 더하면 8번째다.
그런데 예전과 기류가 많이 다르다. 손흥민은 올 여름 선수이적시장의 중심이다. 특히 글로벌 스타 확보에 열을 올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몸값 2500만 유로의 배에 달한 5000만 유로(약 788억 원) 이상을 이적료로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우디국부펀드(PIF)의 투자를 받는 알나스르, 알힐랄, 알이티하드, 알아흘리가 유력 후보다.
‘인디펜던트’, ‘더 타임즈’, ‘가디언’ 등 유력 영국 매체들은 “토트넘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결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고 계약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손흥민을 거액의 현금화할 기회를 사업 수완이 뛰어난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시선도 많다. 선수를 보유하고 있을 때의 기대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엄청난 굿즈 판매와 더불어 스폰서 참여에 관심을 가진 한국기업들까지 끊이질 않는 배경에는 오직 손흥민이 있다. 레비 회장으로선 단번에 788억 원을 챙길지, 몇 해에 걸쳐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지 결단해야 한다.
게다가 프랑크 감독과 손흥민이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우선 팀 주장이자 베테랑으로 신임 사령탑의 의중을 살피고 청사진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또 토트넘은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아무리 영건 중심의 리빌딩이 필요해도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손흥민은 프랑크 감독에게도 ‘활용 가치’가 높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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