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문자까지…총회 앞둔 한남2구역 운명은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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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재개발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이 시공사 대우건설 재신임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집행부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은 약속을 어긴 대우건설에 책임을 묻자고 주장한 반면, 나머지 조합원은 시공사 교체로 인한 후폭풍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사장이 직접 등장한 동영상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조합원에게 보내며 재신임을 위해 애쓰고 있다.

대우건설 '고도 제한 완화' 불발…조합원들 "책임져라"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오는 27일 총회를 열고 '대우건설 시공사 재신임' 안건을 투표에 부친다. 대우건설의 '118 프로젝트'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묻기 위해서다.

한남2구역은 남산 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건물 높이가 90m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원안 설계도 14층으로 마련됐다. 118 프로젝트는 2022년 시공사 선정 당시 대우건설이 고도 제한을 118m로 완화해 최고 층수를 21층으로 높이겠다며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고도 제한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대우건설의 공약이 무산됐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해 2023년 9월 시공사 재신임 총회가 열렸고, 당시 대우건설은 조합원 909명 중 찬성 414표, 반대 317표로 재신임받았다.

이후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 조합의 요구로 관통 도로 폐지와 블록 통합을 추진했다. 다만 이 역시 서울시가 도로 폐지 반대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관통 도로 폐지가 불가능해졌다.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제안한 한남2구역 재개발 '한남써밋'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제안한 한남2구역 재개발 '한남써밋'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한남2구역 조합장은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면 톱티어 건설사가 참여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시공사 재신임을 놓고 조합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조합원 다수는 연이어 약속이 무산되면서 실망이 크다고 토로한다. 한 조합원은 "감언이설로 사업을 수주하고는 약속이 무산되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내놓는 건설사를 어떻게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사업 지연 등 맞닥뜨릴 현실적인 문제가 조합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른 조합원은 "대우건설에게 실망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주를 앞두고 시공사를 바꾸려 하면 사업이 무기한 늦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발생할 시간적·금전적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국공유지 매입 브릿지론 대주단이 최근 '시공사 교체 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경고 공문을 보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에 조합 집행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에 조합 집행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남2구역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후 심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관리처분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심의받아야 한다.

또한 대주단이 시공사 교체에 반발해 기한이익 상실(EOD)을 선언하면 한남2구역 조합은 이자와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금액만 하루 9000만원에 달한다.

시공사 교체 시 최소 2700억원 손실…사업 지연 가능성도

대우건설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합원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사업이 1년 6개월 이상 지연되고 공사비 증가 2015억원, 금융비용 503억원 등 최소 2698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분석이다. 반대로 사업을 기존 일정대로 진행하면 6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하반기 이주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도 직접 나서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150% △최저 이주비 가구당 10억원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등을 제시하며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대표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전달한 것. 내용 자체는 사업 수주 당시 제시했던 조건과 같다. 다만 조합원 사이에선 김 대표가 직접 나선 만큼 시공사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대우건설이 가처분 금지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한 개업중개사는 "대표가 나선 것은 한남2구역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 아니겠느냐"며 "대우건설이 소송전을 불사할 경우 재개발 사업이 2년은 우스울 정도로 지연될 것이라 우려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화한 조합과 시공사 줄다리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에 전달한 '대우건설의 진심' 동영상. 사진=동영상 갈무리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에 전달한 '대우건설의 진심' 동영상. 사진=동영상 갈무리

대우건설도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고도 제한 완화는 중단됐지만, 조합 요구에 따라 추가 용적률 확보와 블록 통합 등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118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로 시공 계약을 해지한다면 감수할 수 있지만, 특정 시공사를 염두에 두고 시공사를 교체하려 한다면 (소송전으로 비화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관통 도로 폐지 등은 대우건설의 공약이 아니었던데다, 블록 통합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 이후 조합 요구로 관통 도로 폐지 등을 지원했다"며 "도로 폐지는 서울시가 입장을 선회하며 어려워졌지만, 지하 공간에 대형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 식으로 블록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 요구로 118 프로젝트 항목을 △고도 제한 완화 △스카이브릿지 설치 △블록 통합 △용적률 확대 △추가 용적률 확보 등 5가지로 늘렸다"며 "이 가운데 고도 제한 완화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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