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지역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묶여 있던 원유가 시장에 대거 유입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기조로 공급 압박이 커지자 자국 원유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8월 인도분 아랍경질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1달러 내렸다. 이에 따라 아람코의 OSP는 중동 지역 벤치마크인 오만·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5달러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아랍경질유는 사우디 원유 수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유종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주로 구매한다. 아람코가 아랍경질유를 할인 판매하는 것은 2015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는 미국산 셰일시장 확대와 러시아의 증산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할인폭은 이번이 가장 크다.
시장에서는 아람코의 이번 결정이 원유 공급 과잉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물량이 풀리고 있는 가운데 OPEC+는 5개월 연속 증산에 합의했다. OPEC에서 탈퇴한 아랍에미리트(UAE)도 공급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반면 이란 전쟁으로 위축된 중국의 수요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블룸버그는 “산유국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현물시장에서는 원유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볼 수 없던 할인율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람코의 물량이 여전히 다른 산유국 물량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르네상스에너지는 “이번 가격 인하는 호르무즈해협 정상화에 따른 8월 선적 물량의 즉각적인 공급 과잉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국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면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은 이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의 수출 제재 완화 조치에도 이란이 원유 재고를 소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5월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하루 약 65만4000배럴이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석유 구매국이다.
CNBC는 “미·이란 전쟁은 중국의 녹색 전환 노력에 새로운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계기로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통해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6 days ago
6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