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회원사 이탈로 수익 구조 재편에 나선 비씨카드에 케이뱅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체 카드와 대출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케이뱅크 추가 자금 지원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케이뱅크 기업공개(IPO)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투자금 회수는 커녕 추가 투자는 물론 재무적투자자(FI) 지분까지도 매입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다.
비씨카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6% 증가한 357억5405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연결 분기 순이익은 같은 기간 29.63% 감소한 351억5732만원에 머물렀다.,
1분기 비씨카드 순이익 감소는 케이뱅크의 순이익 감소에 따른 지분법 손익이 반영된 영향이다. 비씨카드 1분기 지분법투자손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 줄었다. 케이뱅크의 1분기 순이익이 68.2% 급감하면서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의 실적에도 즉각 영향을 미쳤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순이익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지분법 이익이 감소해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적 뿐만 아니다. 건전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다음달 18일이면 비씨카드는 케이뱅크로부터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여야 한다. 케이뱅크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시한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분야에 투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케이뱅크에 투입되는 1000억원의 자금은 비씨카드 수익성에는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일이 없는 영구채권이다. 비씨카드 자본금의 5.32%에 이르는 금액이 현금성 자금으로 묶이는 셈이다.
특히나 우리카드 등 주요 회원사의 이탈로 인해 비씨카드는 자체 카드부문의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간 회원사의 매입업무에 집중했던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해 비씨카드 역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케이뱅크로 인한 부담까지 더해진 셈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비씨카드 매입업무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넘게 줄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매입업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80%에서 77.6% 수준까지 내려왔다.
대신 자체카드 수수료 수익은 57.75%가 늘었다. 부가사업 수익과 회원서비스 수익도 소폭이나마 증가 추세다. 서비스 다각화에 따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단 평가가 적지 않다. 추가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에 정작 케이뱅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추가적인 자금 지원 부담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도 문제다. 케이뱅크는 이미 두 차례 IPO를 연기한 바 있다. 재추진 방침을 세웠지만 시장 침체 속에 당초 시장에서 거론된 4조원 안팎의 몸값을 받기란 쉽지 않다는게 투자업계 안팎의 평가다.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FI의 동반 매각 청구권 발동 시한도 내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상장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씨카드가 FI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몸 값을 낮춰 상장하더라도 적격상장 조항에 따라 일정 수준의 금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조건도 남아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