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계공시 못하겠다는 양대 노총, 기업투명성 요구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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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0 17:28 수정2026.04.20 17:28 지면A31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제도 개선안을 거부했다고 한다. 노동계가 그동안 ‘연좌제’라고 부르며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한 상급 단체와 산하 노조 간 회계공시 연동 의무 폐지를 제안했음에도 제도 자체의 완전 폐지만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회계 공시는 2023년 도입했다. 조합원 1000인 이상 노조가 전년도 결산 결과를 정부 시스템에 공시하면 조합원이 낸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 지원을 받거나 세제 혜택을 누리는 공익법인과 지정기부금단체도 결산 서류와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상급 단체가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하 노조 조합원까지 세액공제를 못 받게 하는 연좌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제도 자체가 노동 탄압이어서 어떤 개편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회계 공시는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노동계의 자기모순이다. 제도 자체를 노동 탄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조합원 세액공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노조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합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상급 단체의 재정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권리는 조합원에게 있다. 2024년과 2025년 공시율이 각각 90%에 달했다는 사실은 대다수 조합원이 제도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외부감사를 받고, 정당은 정치자금 회계를 보고한다. 공익법인과 기부금단체도 회계와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회사를 향해서는 투명경영을 요구하는 노동계가 정작 자신들의 회계는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도 노동계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노동계만 예외로 두는 것이 오히려 특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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