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한·미 정상이 만나 ‘제조업 동맹’을 굳건히 다진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사태에 경제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는데, 조기 석방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서배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날 대규모 체포 작전에는 헬리콥터와 장갑차, 무장 군용 차량까지 동원돼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조사를 받고 사흘째 구금된 상태였다. 대통령실은 어제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의 신속한 대응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무사 귀한하는 건 다행이나 이번 사태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면서도 정작 공장 건설과 초기 운영에 필수적인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는 막아왔다. 그러다 보니 전자여행허가(ESTA)나 상용 비자(B1)로 입국해 단기간 내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 싱가포르, 칠레 등에는 E-4 비자 쿼터를 허용하면서도 한국에는 단 한 명도 내주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동맹국인 한국 정부에 이번 단속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측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 통상 협상을 놓고 이번 사안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면 동맹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 할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석방된다고 해도 그간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올 들어 미국 당국의 입국 거부 등 유사한 조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한·미 경제 동맹에 찬물을 끼얹은 중대한 사건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투자한 다른 모든 나라가 미국 당국의 처리 방향을 주시했다.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조속한 석방과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한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미 정부는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미 투자 관련 한국인의 비자 체계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