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활주로, 둔덕, 조류… 참사는 수많은 위험신호 눈감은 결과

2 days ago 7
179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희생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를 초래한 원인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고 항공기는 조류 충돌 직후 동체로 비상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방향을 안내하는 시설)가 설치된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공항에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에 대비한 종단안전구역이 있고, 그 구역 내 설치물은 반드시 부러지기 쉬운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안전구역으로부터 5m가량 벗어나 설치됐으므로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 고시는 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까지라고 명시하고 있어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돼선 안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연장 공사를 위해 2800m였던 활주로가 300m가량 짧아진 상태였다. 공사 중에 안전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활주로를 줄이는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식 황당한 일이 벌어진 탓이다. 활주로와 안전구역이 충분히 확보됐다면 사고 항공기가 속도를 줄여 충돌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애초부터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이유도 미스터리다. 경사진 지형을 평평하게 맞추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2m가량 치솟은 형태로 설치돼 사고 항공기 정면을 막아섰다. 로컬라이저와 별도로 설치해야 할 유도등까지 어지럽게 설치돼 있었다.

무안공항은 최근 6년간 운항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률(0.09%)이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1위다. 참사 열흘 전 열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선 인력, 차량 등이 부족해 조류 분산, 포획 실적이 전년 대비 14.4%가 감소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사고 당시 현장에는 조류 퇴치 인력이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조류를 적극적으로 퇴치했더라면,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었다면, 활주로와 그 바깥의 안전구역이 충분히 확보됐더라면 대규모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들이 쌓이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번에도 방심이 참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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