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시대 종언’ 선언한 트럼프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율은 한국 26%, 일본 24%, EU 20%, 베트남 46%, 대만 32% 등이다. 중국에는 이미 부과된 20% 관세에 34%의 상호관세가 추가된다. 나머지 다수의 국가엔 10%의 기본관세율이나 낮은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생산국과 관계없이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는 25%의 ‘품목관세’가 부과되며, 반도체 관세율은 추후 별도로 결정된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한국이 미국 제품에 적용하는 ‘50% 고관세’의 절반 수준에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전혀 물리지 않는다. 50%는 무역 관행, 규제 등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미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만든 숫자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부과하는 비관세 장벽들이 최악”이라고까지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두 차례 방미해 “대미 실질 관세율이 0%에 가깝다는 걸 잘 설명했다”고 했는데, 결과는 완전한 실패였다는 의미다.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우리보다 많은 무역적자를 미국에 안겨 온 일본, EU보다 높다. 미국과 FTA까지 맺은 한국이 오히려 불리한 수출 경쟁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미국이 FTA를 맺은 20개국 중에서도 최고다. 북미 지역의 FTA인 USMCA를 맺었지만 불법 이민·마약에 대한 소극적 대처를 이유로 미국이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캐나다·멕시코도 관세율이 한국보다 1%포인트 낮고 기존 면세품목에 대해선 앞으로도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 대기업들의 스마트폰, 가전 공장이 집중된 베트남에 46%의 고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수출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한국 경제에 닥칠 충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낮췄는데,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 때문에 ‘0%대 성장’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중국, EU가 미국 제품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관세전쟁 2라운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탄핵 사태 속에서 한국 정부는 “경쟁국보다 불이익만 받지 말자”는 수동적 태도로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다가 최악의 결과를 자초했다. 이 기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한국이 반드시 배려해야 할 소중한 무역·안보 파트너란 점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한 책임이 무겁다. 자유무역 체제에 올라타 수출 주도로 성장해 온 한국으로선 생존이 걸린 위기에 맞닥뜨린 셈이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에 불리하게 짜인 무역 판도를 뒤집는 일에서만큼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총력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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