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적자 쇼크' 새마을금고의 모럴해저드

6 days ago 8

[취재수첩] '적자 쇼크' 새마을금고의 모럴해저드

서울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 200여 명과 새마을금고중앙회 직원이 오는 8일부터 사흘간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연다. ‘상호 교류의 장 마련’ ‘윤리 경영 교육’이란 명분을 달아놨지만 외유성이 짙다. 금고 안팎에선 “역대급 ‘적자 쇼크’에 빠졌는데 책임자인 이사장들이 제주도에 놀러 가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순손실액은 1조7382억원으로 1963년 출범 후 최대 규모 적자다.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1265개 새마을금고의 경영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772개(61.0%)가 적자를 냈다.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긴 금고도 336곳에 달한다.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1265개 새마을금고는 각각 독립된 법인이다. 개별 금고의 공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심각한 곳이 많다.

서울의 한 금고는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404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23.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4.7%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은 -0.9%다. 많은 금고가 고위험·고수익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전문적 심사 절차 없이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휘청이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인데도 새마을금고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실적 악화로 출자자들에게 배당까지 못 하는, 말 그대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줄줄 새는 돈이 많다. 개별 금고는 지역별로 운영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협의회에 연간 300만~400만원의 회비를 낸다. 서울 지역만 해도 약 230개 금고가 낸 회비를 합치면 연간 총 8억원이 넘는데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상당수가 이사장 대상 명절 떡값, 가족 동반 해외 워크숍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퇴임 없는 퇴임 공로금’도 황당한 사례 중 하나다. 각 금고 이사장은 4년 임기가 끝나면 퇴직금과 별개로 500만원의 퇴임 공로금을 받는다. 규정상 두 번 연임할 수 있는데, 연임에 성공해도 임기가 바뀔 때 퇴임 공로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사무실에 계속 출근하면서 퇴임 공로금만 받아 가는 셈이다.

새마을금고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2023년보다 지난해 실적이 더 악화했다. 금융권에선 올해 실적도 쉽사리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PF 부실채권 정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각 금고 이사장의 전문성과 책임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개별 금고의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점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