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3요소는 점화원인 불씨, 연료, 공기라고 한다. 산불은 대체로 실화(失火)로 인해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번 영남 산불은 담뱃불 등의 불씨가 강풍으로 유입된 다량의 산소와 함께 물을 품고 있는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가 아닌, 소나무라는 수종의 연료와 만나 대형 산불로 확산한 것이다. 안타깝게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 희생자 중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우다가 순직한 소방관과 공무원들의 희생은 우리 가슴에 새겨야 한다.
미국에도 매년 대형 산불이 일어나곤 한다. 그래서 산불의 최전선에서 화마와 싸우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으로 구성된 핫샷(Hotshot)팀 활약상과 희생을 다룬 영화도 다수 있다. 핫샷은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 경계선을 만든 뒤 맞불을 놓아 불을 끄거나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화작업을 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 2000여 명이 활동한다고 하는데, 국내도 핫샷팀처럼 산불의 현장 가운데서 온몸으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영웅인 104명의 공중진화대원이 있다고 한다.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Only the Brave, 2017)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2013년 애리조나주 야넬힐 초대형 산불로 인해 순직한 19명 소방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마을로 번질 경우 수많은 인명 피해가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에릭(조시 브롤린 분)의 소방팀인 산불 진화를 전문으로 하는 실력 좋은 소방대원 크루 7이 핫샷으로의 승급 평가를 위한 노력에서 시작한다. 실력은 있지만 마약 중독자가 된 브랜든(마일스 텔러 분)도 딸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크루 7의 소방관 모집에 지원하고 지옥 같은 훈련 끝에 모두 ‘핫샷’팀의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그런데 애리조나주 야넬힐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투입된 핫샷팀은 강풍을 만나 급속도로 번진 산불의 최전방에 선다.
이 진화 작업에서 가장 문제는 에어 탱커 헬리콥터가 두 차례 실수한 것이 산불의 조기 진압 실패와 핫샷의 전멸에 큰 요인이 된다. 첫 번째로 핫샷이 맞불로 만든 1차 저지선에 물을 뿌려 1차 저지선을 망가뜨린 것이다. 두 번째는 핫샷이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 방어기지를 구축하고 물을 살포할 것을 에어 탱커에 요청하는데, 자욱한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에 실패하고 통신이 두절되면서 실패한 것이다. 저항할 수 없이 밀려드는 불길에 핫샷팀은 각자 배낭에 있던 방화용 덮개를 덮고 그 속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산불 같은 불길은 최고 온도일 때 섭씨 1500도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온도에서 온몸이 연료가 돼 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관객들도 마치 친인척이 희생당한 듯 뜨거운 눈물이 솟구친다.
대부분의 대형사고에서 사망자가 크게 발생하는 것은 사람이 만든 인재다. 이번 영남 산불에 희생된 진화대원들은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60대였고, 심지어 보호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개선점이 많지만, 특히 산불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에 대한 교육과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길 속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며 자리를 지켰던 이들의 헌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