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세해 4일 새벽까지 줄을 잇던 재선거 요구는 이날 오전 오 후보가 역전해 당선된 직후부터 슬며시 사라졌다. 장 대표는 오 후보 당선 이후부터 이날 내내 자신의 재선거 주장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하자 입장이 돌변한 것이다. 전날 재선거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은 오 후보가 당선된 뒤 국민의힘에 “지금은 뭐라고 할 것인지 답해 달라”고 했다.
물론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유권자까지 나온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참정권 침해다. 이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과 함께 선관위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를 무효화해 재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해당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시 14개 투표소의 본투표 대상 유권자 수를 다 합쳐도 서울시장 후보들의 당락을 바꿀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달랐던 재선거 주장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그때그때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들의 부박한 세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심각성과 별개로 그것이 서울시장 재선거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자신을 찍은 표들의 무효표 논란에도 복잡한 소송전을 하는 대신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그 덕분에 미국 사회는 깊은 갈등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정원오 후보도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재선거 논란은 이쯤에서 매듭짓는 것이 소모적인 혼란을 피하는 길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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