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채권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주 미국채 30년물은 ‘마지노선’인 5%를 넘어섰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채권 금리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를 넘어섰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채권 금리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통상 채권과 주식은 엇박자로 움직인다. 기준금리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돈은 잽싸게 주식에서 안전한 ‘고금리’ 채권으로 이동한다. 지금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려 한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8%, 생산자물가는 6%나 뛰었다.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달초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인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금리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4월까진 재고로 버텼으나, 5월부터 진짜 오일쇼크가 시작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인상은 시간문제일 뿐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인공지능(AI) 붐에 편승해 뜨겁게 달아오른 주식시장을 어떻게 연착륙시키느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의 최고투자전략가 마이클 하넷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파멸의 문’(Door to Doom)을 경고했다. 그는 “만약 (미국채 30년물 금리의) 5%라는 마지노선이 처참하게 무너지면 그때부터 파멸의 문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나리오처럼 들리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경고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코스피는 지난 몇 개월간 쉼 없이 달렸다. 이제 그 앞에 호르무즈발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벽이 나타났다. 꿈틀대는 채권 금리는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다. 정부와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에서 보내는 경고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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