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자회사 IPO 막힐라…중복상장 규제에 VC 투심도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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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지연…3%룰 등 주주동의 방식 쟁점
"자회사 IPO 막히면 M&A 이후 회수전략도 차질"
벤처업계 "쪼개기 상장과 스타트업 스핀오프 구분해야"

  • 등록 2026-06-17 오후 6:22:03

    수정 2026-06-17 오후 6:22:03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복상장 규제 가이드라인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투자심사도 보수화되고 있다. 자회사 IPO가 모회사 주주동의와 사업 독립성 입증에 묶일 경우, 중견·대기업 매각 이후 상장까지 염두에 둔 VC의 회수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진=한국거래소)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제도개선 가이드라인을 막판 조율 중이다. 중복상장 제도개선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당초 가이드라인은 5월 중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이해관계자 의견 조율이 길어지며 한 차례 미뤄졌고, 이달 들어서도 발표 시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이르면 이번 주 중 관련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큰 방향은 원칙적 금지이되, 예외적 허용을 둔다는 쪽이다.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려면 영업독립성, 경영독립성, 투자자 보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기업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모회사 일반주주가 피해를 보는 구조를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막판 쟁점은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3%룰을 적용한 일반결의, 주총 특별결의, 소수주주 다수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제도상 예외가 열리더라도 실제 주총 통과가 쉽지 않아 사실상 상장 제한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VC 업계가 이번 사안에 민감한 것은 중복상장 규제가 단순히 IPO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회수 전략 전반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VC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단독 상장뿐 아니라 중견·대기업에 매각된 뒤 해당 기업의 자회사로 성장해 다시 상장하는 방식으로도 회수된다. 그러나 자회사 IPO가 모회사 주총 동의나 독립성 심사에 막힐 경우 M&A 이후 IPO를 전제로 한 투자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규제가 당장 VC 회수시장 전반에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기업 M&A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한 뒤 자회사로 성장시켜 다시 IPO하는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몸값을 책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열사 상장 규제가 강화되면 상장사가 스타트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FI 회수 불확실성이 현실화된 사례도 있다. 한컴그룹 계열 AI·데이터 분석 기업인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올해 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앞서 포스코기술투자,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디티앤인베스트먼트, 에잇더블유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25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지만 상장이 불발되며 FI들의 엑시트가 불투명해졌다. 이후 한글과컴퓨터는 보유 지분 28.32% 전량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복상장 리스크가 투자심사 항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성장성, 예상 상장 시점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모회사 상장 여부, 지분율, 종속회사 해당 여부, 주총 통과 가능성, 일반주주 보호 방안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장사 자회사나 중견기업이 인수한 스타트업은 투자심의위원회 단계에서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벤처업계는 대기업의 의도적 쪼개기 상장과 벤처기업의 정상적인 분사·스핀오프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벤처 3단체는 지난 15일 자본시장 개편 관련 정책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중복상장 금지 규제에 벤처기업 예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여부, 일반주주 보호장치 확보, 사업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벤처기업에 대한 별도 심사 트랙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특히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나 물적분할이 아닌 외부 기술기업 인수, 정상적인 사업 재편 과정에서 추진하는 상장은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상장을 준비해온 기업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배제하거나 유예기간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VC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회사가 든든한 상장사라는 점이 일종의 보험처럼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상장을 위해 넘어야 할 담벼락이 될 수 있다"며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기존 투자 기업이 IPO에 성공한 뒤 같은 창업가가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창업가를 믿고 후속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일률적 규제는 회수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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