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만장일치보다 공개적 이견이 신뢰 높인다”[ESF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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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연서 이다원 기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개적인 이견과 반대표가 더 중요해진다는 제언이 나왔다. 만장일치보다 다양한 의견이 드러나는 구조가 정책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앤드류 레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통화·금융 무질서의 시대, 성장 가능한 통화·금융정책'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미·중 패권 경쟁, 이란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는 지정학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외교·안보, 금융·재정의 전환점을 다각도로 해부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앤드류 레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무질서의 시대, 성장 가능한 통화·금융정책’ 세션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충분히 토론하고,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빈 교수는 “영란은행은 위원들이 통화 긴축과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활발히 의견을 내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반면 노르웨이는 지난 5년간 모든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는데, 이견이 있어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공 신뢰와 책임성 측면의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당시 활발한 반대 의견과 토론이 부족했고, 이는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집단사고’의 사례로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이견을 수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레빈 교수는 “각국의 경제 상황과 제도, 문화가 다른 만큼 하나의 해법을 모든 중앙은행에 적용할 수는 없다”며 “효과적인 통화정책위원회를 위해서는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공개적인 이견을 수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에서 '통화·금융 무질서의 시대, 성장 가능한 통화·금융정책'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미·중 패권 경쟁, 이란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는 지정학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외교·안보, 금융·재정의 전환점을 다각도로 해부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어 발표에 나선 김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중앙은행의 정책 소통은 더 중요해진다”며 “정책 소통은 시장과 일반 대중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도 따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앙은행이 비밀주의에 가깝게 운영됐지만 1990년대 이후 투명성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과거 중앙은행은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시장이 스스로 분석해 파악하도록 했다”며 “최근에는 조건부 전망과 대안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상황 의존적인 정책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최근 소통 강화 노력도 소개했다. 김 위원은 “한국은행은 정책 결정 내용과 회의록 공개를 확대하는 등 투명성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며 “회의록은 한국어 기준으로 연준보다 빠르게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라며 “제로금리 하한에서는 더 이상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만큼 미래 정책 경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부 약속이 시장이나 언론에서 무조건적인 약속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올해 초 한국은행이 도입한 점도표에 대해 “점도표는 확정된 금리 예고가 아니라 경제 상황이 바뀔 때 금통위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여주는 정책 반응 함수에 가깝다”며 “시장이 이를 확정적 약속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한국은행이 전제와 리스크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투명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중앙은행은 일정한 한계 안에서 적정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전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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