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료 누르려 '가스 가격 상한제'…시장통제 후유증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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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탓에 급등한 국제 가스 가격이 전기료 상승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한경 보도다. 한국가스공사가 발전회사에 공급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도매가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산업통상부와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물가 관리와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값을 안정시키려는 취지겠지만,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가스값 상한제를 꺼내든 것은 한국전력의 전력도매가격(SMP)이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LNG 연료비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전기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SMP 상한제를 도입한 적이 있다. 민간 발전사들은 한전 손실을 민간에 떠넘긴다고 반발했고, 손실 보전을 둘러싸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였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정부는 SMP 통제보다 가스값 상한제 방식이 시장에 주는 충격이 덜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담 주체만 바뀌었을 뿐 부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급 불안이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비싸게 사 온 가스를 한전 발전 자회사에 손해 보고 팔아야 한다. 손실이 불 보듯 뻔한데 가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가스공사의 긴급 가스 조달 기능까지 위축되면 공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가스값 상한제로 발생하는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억제한 탓에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한전의 선례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년 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4조원을 웃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의 부작용은 이미 석유최고가격제를 통해 경험했다. 가스값 통제로 당장의 전기요금은 억누를지 몰라도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아껴 쓰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러려면 이용자가 비싼 가격을 체감하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대신 정부는 시장 원칙을 지키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한다. 에너지 비축량을 늘리고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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