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내부 문건을 보면 과연 선관위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지조차 의문을 품게 한다. 선관위는 국조특위의 회의록 제출 요구에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나 자유로운 의사 교환 제한 같은 기존의 자료 제출 거부 사유가 통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회의록 전면 제출을 피하려고 1단계로 발언 위원의 이름을 익명 처리한 뒤 열람을 허용하고 2단계로 익명 처리한 회의록을 제출하는 등 순차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진실 규명이나 자체 쇄신의 의지는커녕 조직 보전에만 급급한 선관위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간 속속 드러난 선관위의 한심한 행태들에 국민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의 극단적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부정선거론에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지경에 이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의도적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를 운영하는 등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42%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였다.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 해소 없이 부정선거론의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관위는 지금 해체 수준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간부 자녀 특혜 채용과 선거철 단기 휴직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드러날 때마다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외부의 메스를 거부했다. 그렇게 통제받지 않는 무풍지대, 그들만의 리그 속에 머물며 무능과 무책임, 부패를 방치한 선관위는 급기야 국민 참정권을 침해하고 선거 신뢰를 훼손한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스스로 존재 기반을 잃은 선관위에 이제 엄중한 책임을 물을 때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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