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공개한 조사 보고서 역시 쿠팡의 일방적 주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보고서는 로저스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서 욕설을 듣고 거짓말쟁이로 불렸다며 “미국 기업을 얼마나 적대적, 차별적으로 대우하는지 보여줬다”고 단정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 등 한국 정부 고위직들이 국정원 지시로 쿠팡이 중국까지 가 피의자 노트북을 회수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국정원은 관여한 바 없다고 거짓말했고, 국회는 로저스 대표가 위증했다며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질타당한 건 고객 376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지,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또 대통령실과 국정원은 모두 “노트북 회수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그 밖에도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쿠팡 차별은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 및 자국 기업과 합작한 중국 기업에 고객을 몰아주려 하기 때문”이라는 로저스 대표의 발언도 그대로 인용됐다. 근거 제시도 없이 미국 일각의 ‘반미 친중 음모론’을 담았다.
▷이처럼 부실한 보고서지만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어떤 합리적 기준으로 봐도 쿠팡은 이재명 정부의 표적”이라며 보고서에 힘을 실었다. 이에 청와대는 “만약 미국 인구 3분의 2의 정보가 유출됐다면 (미국 정부에도) 굉장히 심각한 이슈였을 것”이라고 맞받았다.▷하원 상임위 보고서는 법적, 행정적 효력은 없지만 이후 정부 정책이나 통상 압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하원 중국특위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와 쉬인이 관세를 부당하게 회피한다”는 보고서를 낸 후 미국 정부가 저가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 쿠팡 보고서는 ‘중간 보고서’ 형식이어서 내용이 다소 바뀔 여지는 있다.
▷로저스 대표는 하원에서 “한국 당국은 쿠팡에 적대적이고 보복적”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쿠팡은 새벽 배송 금지 등 대형마트 규제 정책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한 기업이다. 또 쿠팡은 전관을 대거 영입해 오너인 김범석 의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고, 동일인 지정 등 각종 규제도 회피하려 했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한미동맹의 가교가 되겠다”고 했던 쿠팡이 이제는 양국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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