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시시각각 비치는 대통령 관저의 모습은 흡사 휴전선을 연상시킬 만큼 살풍경하다. 여기에 관저 앞에서 탄핵 찬반으로 갈려 밤샘 집회를 벌이는 시위대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이런 아수라장이 있을까 싶다. 그뿐 아니다. 여당 의원들까지 관저 앞 집회에 나와 사실상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는가 하면 야당은 “총을 맞더라도 체포하라”며 수사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니 체포영장 집행은 정당한 사법 절차로서의 의미가 퇴색되고 물리력과 물리력의 대결, 정치세력 간 대리 충돌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로 정치화되고 있다.
그렇게 부추겨진 혼란의 정치 한복판에 윤 대통령이 있다. 지금은 직무가 정지된 실권자(失權者)라지만 얼마 전까지 국정의 최고 책임자였고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차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관저 깊숙이 들어앉아 경호처 직원들을 정당한 법 집행에 맞서는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적 위상 추락을 불러오고도, 그래서 그 불확실성에 경제가 흔들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국가 세력과 싸우겠다던 그의 행위 하나하나가 바로 반국가 행위 아닌지, 그에게 붙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그대로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벌어질 ‘한남동 공방전’은 또다시 대한민국을 기괴한 세계 토픽감으로 만들 것이다. 이미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군 병력의 국회 난입, 그리고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관저 대치전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대한민국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오른 불안한 나라가 됐다. 한때의 일탈을 딛고 일어서 이제 회복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에 어처구니없는 분열의 정치는 한국을 더 큰 수렁으로 빠뜨릴 뿐이다.이런 국가적 자해 행위를 끝낼 사람은 윤 대통령뿐이다. 아무리 철옹성처럼 장벽을 쌓아도 그 뒤에 숨은 초라한 피의자 신세를 면할 수는 없다. 이제라도 관저에서 걸어 나와 조사받아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 밝힌 대로 당당히 처신하는 것이야말로 최소한의 도리이자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끝내 그 기회마저 잃는다면 이후 경호처와 직원들이 겪을 시련, 기관 간 물리적 충돌이 낳을 국가적 상처, 나아가 한국의 신인도 추락과 경제적 악영향 등 모든 게 그의 책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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