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55〉엄마도 꿈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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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새벽의 먹빛이 흐르고, 찢어진 고요 속에서 알람 소리가 떨리며 퍼져간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부엌으로 발길을 옮긴다. 하루의 첫 임무는 아이들 도시락과 남편의 아침 식사 준비다. 손놀림이 분주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멍하다. “오늘도 시작이군.” 혼잣말이 새어나온다.

아이들이 학교로 떠나고 남편도 출근하자 집 안은 잠시 고요해진다. 커피 한 잔을 내려 소파에 앉는다. 따뜻한 커피 향이 마음을 위로하지만, 집 안 구석구석에 가라앉은 어제의 흔적들과 멈춘 시계처럼 흐르지 않는 내 시간들이 날카롭게 나를 감싼다.

'작은 시작에서 큰 변화가'

우연히 넘긴 페이지에서 만난 문장이 내 안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고, 단순한 언어의 파편들이 반복 속에 묻어진 나의 시간을 찢어놓았다. 나의 시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일상의 의무에 매달려 멈춰 있었던가?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며 바쁘게 살았다. 그때는 “가정을 위해”라는 명목 아래 내 꿈을 잠시 접어두었지만, 사실은 그것이 영원한 멈춤이 될 줄 몰랐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내 시간은 온전히 가정을 위한 것이 되었고, 내가 꿈꾸던 삶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내가 정말 나를 잃은 걸까? 어제 아이들 책장 뒤에서 발견한 오래된 다이어리는 그런 나에게 답을 줬다. 스물다섯의 내가 빼곡히 적어둔 꿈들. 하고 싶었던 일들, 배우고 싶었던 것들, 가고 싶었던 곳들. 그 꿈들은 나를 잊지 않고 10년 넘게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 꿈들과 잠시 대화를 하고, 가장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했다. 아이들 스케치북 한 권을 꺼내 들고, 작은 선 하나를 그어보았다. 선이 모여 그림이 되고, 그림이 모여 하루의 성취감으로 변했다. 좋아했던 글쓰기도 시작했다. 블로그를 열어 매일 짧은 일기를 적었다. 처음에는 몇 명의 방문자가 전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들은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내 메시지에 반응하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모여 작은 성취들이 쌓여간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배달 알바를 하며 동네를 걸을 때도, 아이들이 잠든 뒤 책을 읽을 때도, 나는 매 순간 내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어?”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엄마는, 너희들에게 꿈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이들의 눈빛은 한낮의 햇살처럼 밝고도 진지했다. 그 눈빛은 나를 더욱 꿈꾸게 했다.

작은 시작은 나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큰 변화를 만들었고, 아이들에게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먼저 믿기 시작했다. 그 믿음은 나의 시간과 노력 속에서 자라고 있다. 이제는 안다. 큰 변화는 거창한 도약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일상의 선택들, 작은 도전들, 그리고 멈추지 않는 열정에서 비롯된다. 나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 꿈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의 가족과 나를 지탱해 주는 또 다른 힘이다.

“오늘도 꿈의 길 위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은 시작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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