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32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 연명의료 중단 이행률은 전체 사망자의 20%도 되지 않는다. 현행법에 연명의료 중단 가능 시점을 사망이 임박한 ‘임종기’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기와 말기 모두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이나 임종기는 수일 내, 말기는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다. 임상적으로는 임종기와 말기를 구분하기 어려움에도 의료진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임종기를 엄격히 판단하면서 많은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에선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처럼 말기부터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해 환자가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지금보다 더 일찍 거부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기준을 완화하면 취약계층의 경우 자녀의 경제적 부담을 의식해 떠밀리듯 치료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연명의료 중단이 ‘사회적 타살’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위한 보호 대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싶어도 못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호스피스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극소수의 말기 암 환자들만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호스피스 확충 없이 연명의료 중단을 확대할 경우 편히 죽을 곳을 찾지 못해 요양병원과 응급실 등지를 떠도는 ‘임종 난민’만 늘어나게 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들어가는 막대한 의료비를 호스피스와 같은 완화의료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생애 말기 돌봄과 치료 제도를 유기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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