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교량은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통해 안전도를 A부터 E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 중 D등급은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이고, E등급은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단계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E등급 판정을 받은 13곳 가운데 경기 이천의 매곡교와 앵산교, 경북 경주의 경주교, 강원 횡성 춘당교는 통행 차량의 무게와 높이만 제한할 뿐 여전히 사람과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소형차량 통행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전문가 소견에 따른 조치라고 하나 2023년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교는 C등급이었는데도 사고가 났다. ‘즉각 사용 금지’라는 권고 규정에도 통행을 유지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이후 D, E등급을 받은 교량은 5년 내 보수·보강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교량 재설치는 예산이 없어 못하고, 차량 통제는 민원이 무서워 못한다고 호소한다. 3년 연속 E등급을 받은 경북 경주교도 예산 48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교량 재설치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연간 차량 3만 대가 지나는 다리이다 보니 민원이 제기될까 통제도 못 한다는 것이다. 예산과 민원에 안전이 뒷전인 안일한 행정으로 어떻게 참사를 막겠나.
부실한 교량을 제때 보강하지 않으면 구조물 상태가 악화하면서 철거와 재설치 과정에서 위험이 커진다. 위험도가 높은 교량부터 안전 점검을 하고 보수·보강이나 조기 철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등급 교량 가운데 통행을 유지하는 4개 교량의 경우 중량 제한만으로 교량의 적정 안전율을 보장할 수 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차량과 열차가 수시로 통과하는 고가차도의 경우 대형 연쇄 사고의 위험이 높은 만큼 엄격한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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