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테슬라 초대형 협력...‘기업 성과= 국가 성과’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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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맡게 됐다는 소식은 다시 봐도 의미가 작지 않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고성능 AI6칩을 2033년까지 생산키로 하고 165억 4416만 달러(약 22조 76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공개 언급을 보면 실제로 공급 물량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은 삼성의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로 세계 최고 테크 기업 중 하나인 테슬라의 기술 검증을 통과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특히 삼성으로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는 세계 시장의 68%를 장악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해온 반면 삼성의 점유율은 7.7%에 그치며 중국 SMIC(6.0%)의 추격으로 수세에 몰려온 상황이었다. 테슬라는 그동안 자율주행 AI칩 생산을 TSMC에 맡겨 왔다. 이제 삼성을 미래의 협력자로 맞아들이며 ‘공급망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와의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계기로 삼성이 2nm 이하 공정에서 기술력을 높이고 수율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길 바란다. 삼성은 그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등 주력인 반도체에서 고전해온 게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테슬라와 손잡음으로써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구글 등 여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및 수주 기회를 높였다. 전통의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의 재도약이 기대된다.

세계는 이미 AI 전쟁에 들어선 만큼 고부가가치의 고성능 첨단 반도체 칩 기업들의 기술전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삼성의 테슬라 AI6 칩 수탁생산 확보와 차질 없는 공급은 단순히 삼성만의 성과도, 삼성만의 과제도 아니다.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TSMC의 비중과 약진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만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만 봐도 기업의 성과는 그대로 국가의 성과다. 미국이 중국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포기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실상 TSMC를 영향권에서 내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뒤늦게 가세한 일본까지 한-미-중-일의 반도체 대전에서 한국이 기선을 잡아야 한다. ‘기업 성과=대한민국 성과’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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