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선 유세에 방탄유리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후보가 19일 연설한 서울 용산역 연단의 좌우 45도 위치에 가로세로 1m 크기의 방탄유리판 1개와 그보다 작은 방탄유리판 2개가 받침대 위에 세워졌다. 3개 모두 두께가 5cm에 가까웠다. “러시아제 저격용 소총이 반입됐다는 제보가 입수되는 등 테러 위협이 커졌다”는 것이 민주당 설명이다. 한동안 방검복을 입던 이 후보는 지난주부터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다. 극단적 대립이 이제는 저격 테러까지 걱정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이 후보 관련 살해 협박 글을 쓴 2명을 특정한 데 이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살해 협박 글 1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담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후보들 안전을 위해 3중의 방어막을 쳤다고 브리핑했다. 각 당 후보들 유세 현장에는 경찰 특공대와 탐지견이 배치됐고, 유세장 주변 옥상에는 저격방지팀이 투입됐다.
대선 후보 테러는 빈말이 아닌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이 후보는 총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1월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당한 일도 있다. 2022년 대선 때는 당시 민주당 대표가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비상계엄 후 탄핵이라는 정치적 홍역을 겪게 된 이후에는 정치적 분노의 표출 대상이 아니었던 사법부마저 테러 대상이 됐다. 서울서부지법이 폭력적 난입 사태를 겪었고, 이 후보 파기환송을 결정한 대법원에 이달 초 대학생들이 진입하려다 잡힌 일도 있다.
언제부턴가 정치적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정치인들은 막말과 혐오에 앞장서고, 일부 정치 유튜버가 돈벌이 목적으로 이를 극단적으로 확산시키고, 여기에 정치적 과몰입자들이 자극받아 행동에 나서고, 이를 다시 정치인들이 활용하려는 나쁜 순환고리가 생겨났다.6·3 대선 사전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경찰은 경찰대로 경호 업무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 차분해져야 한다. 정치적 극단과 증오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계엄 후 혼돈의 6개월을 견디며 맞은 조기 대선은 국정 안정과 갈등 해소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선거가 혼란을 부추기는 단초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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