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가 이끈 1분기 '깜짝 성장'…긴장 풀 때 아니다

3 hours ago 2

입력2026.04.23 17:33 수정2026.04.23 17:33 지면A35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전망치(0.9%)를 크게 웃도는 1.7%를 기록하며 깜짝 반등했다. 2020년 3분기(2.2%) 후 22분기 만의 최고치다. 지난 2월 말 이후 8주째 이어지는 중동 전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한 덕분이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제조업의 1분기 성장 기여도가 5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민간소비까지 회복 흐름을 이어가며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1분기 경제 성적표만 놓고 보면 대외 악재에도 우리 경제는 순항하는 듯하다. 코스피지수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6500을 넘나드는 강세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고유가 후폭풍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경제전망 지표에는 빨간불이 차례로 켜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1.6% 오르며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방위적 물가 상승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돈 것은 지난해 4월(93.6) 후 1년 만이다. 수출과 함께 성장을 지탱한 민간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더 걱정되는 건 고물가 확산의 심리적 뇌관인 기대인플레이션 반등이다.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9%로 한 달 새 0.2%포인트나 올랐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어둡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7.5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3고(고유가·고환율·고금리) 복합위기 가능성이 큰 가운데 수출이 든든히 버텨주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반도체 외끌이에 의존한 수출 구조는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반도체 호황 이후를 견인할 성장산업을 차근차근 키워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규제 혁파로 기업의 투자 심리를 되살리고,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내는 게 시급하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