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오른 예산 국회, 선심성 지출 철저히 걸러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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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에 대한 국회 심사가 막을 올렸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4~5일 종합정책질의, 9~12일 부처별 심사, 16~20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통한 사업별 금액 조정에 이어 30일 이후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 순서로 심사가 진행된다. 본회의 처리의 법정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정쟁만 벌이다가 맹탕으로 흘려보낸 국회가 본연의 정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규모와 증가율 둘 다 역대 최대다. 총 규모는 820조 9000억원으로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고,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8%(본예산 기준)로 과거 최고치인 2009년의 10.6%를 2.2%포인트 웃돈다. 전년도 추가경정예산까지 고려한 증가율도 9.0%로 2020~2027년의 연평균 증가율 5.9%를 3.1%포인트나 웃돈다. 정부는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하지만, 전례 없는 급팽창 예산이라는 점에서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확장 재정이 시중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있지만 지나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점이 지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방향의 부작용이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상승 작용해 저소득·취약 계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이용해 최소 162조원 이상 규모로 신설하려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세수 흑자는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한다는 재정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기금 사업계획에 선심성 지출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예년보다 훨씬 엄격하게 이번 예산을 심사해야 한다. 정책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청년문화예술패스 예산을 올해보다 20배나 늘려 8000억원을 배정해야 하는지 따져야 한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처럼 남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국회가 이번 예산 심사와 연계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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