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행에 대한 대통령실과 일부 국무위원의 반발은 어처구니없다. 지금의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몰지각이 정부 내에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흔히 ‘비서는 입이 없다’는데 하물며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비서와 참모에겐 더더욱 그렇다. 사실 그들은 그간 모시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입을 열었어야 했다. 한데 그때는 침묵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바깥에 대고 볼멘소리를 하는지 의문이다.
지난 2년 반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과 대결적 정치 행보의 적지 않은 책임은 그저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나 몰라라 식 침묵으로 일관한 대통령실 참모와 비서, 나아가 국무위원들에게 있다. 근거 없는 음모론과 혼자만의 망상에 빠진 윤 대통령이 급기야 군대를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유린했을 때 참모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과연 누구라도 그 직을 걸고 막아선 이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 대행의 선택에 대해선 여도 야도 불만이 크다. 국회에서 넘어간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은 여야 사이에 낀 권한대행의 대행 처지에선 피하기 어려운 줄타기 행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훼손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가 신인도, 그리고 위기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정치적 혼란의 조기 수습, 즉 신속하고 공정한 탄핵 심판이 절실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조치였다. 그런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무기로 시위하는 행태는 그들이 아직껏 반성조차 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다.대통령실은 정당 같은 정치적 결사체가 아니다. 정당에서야 정치적 신의와 의리가 평가받을지 모르지만 정부에 몸담은 이들이 충성할 대상은 그 임명권자가 아닌 국가와 국민, 헌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감한 정치적 가치 판단을 일방적으로 내렸다”고 최 대행을 비판하지만 그 스스로야말로 탄핵당한 대통령 뒤에 숨어 비뚤어진 정치를 하고 있다. 진짜 참모라면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분열의 정치에서 벗어나도록 몸을 던져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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