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참정권 훼손한 선관위, 해체 수준 개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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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한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12곳을 비롯해 강남구, 광진구와 인천 연수구 등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한 채 발길을 돌렸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투표가 재개되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참정권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침해당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민국 선거사(史)에 오점을 남긴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높은 투표율 탓으로 돌렸다.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용지가 부족했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사전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해 높은 본선거 투표율이 예고된 터였다. 송파구는 전체 유권자의 50% 분량만 준비했다고 한다. 상황 발생 후 신속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늑장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선관위의 부실한 투표 관리가 선거의 공정성 논란마저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때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등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와 쇼핑백에 담아 ‘소쿠리 투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대선 때는 일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은 채로 외부에 나갔다가 온 일이 발생해 사과하기도 했다. 선관위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어 터무니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고위직 자녀의 ‘아빠 찬스’ 특채로 국민적 공분을 샀고, 선거가 있는 해에 휴직자가 급증하는 기형적 행태가 반복돼 비판을 받았다. 안일한 조직 문화와 기강 해이가 최악의 행정 참사를 부른 것은 아닌지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헌법이 선관위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라는 뜻이다. 독립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권한만 누리고 책무는 방기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국민 사과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 관리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재설계하고, 해체 후 재출범한다는 각오로 전면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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