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中 반도체 ‘돈의 전쟁’… “초과이윤 분배” 운운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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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40조 조달-마이크론 376조 투자-CXMT 상장-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약 4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뉴욕 증시에 입성한다. 9일 상장 주관사인 JP모건의 뉴욕 맨해튼 건물 외부 조명을 통해 태극기를 표현해 SK하이닉스의 흥행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X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약 4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뉴욕 증시에 입성한다. 9일 상장 주관사인 JP모건의 뉴욕 맨해튼 건물 외부 조명을 통해 태극기를 표현해 SK하이닉스의 흥행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X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9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2035년까지 뉴욕, 아이다호, 버지니아 등 미국 내 3개 주의 반도체 팹(공장) 건설과 확장 등에 2500억 달러(약 376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발표한 투자 계획을 500억 달러 증액하고 뉴욕 팹의 공기도 당초 계획보다 석 달 이상 앞당기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는 SK하이닉스가 10일 미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기 하루 전에 나왔다. 미 증시에서 약 40조 원을 조달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팹 등에 투자하려는 경쟁자 SK하이닉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여기에다 세계 D램 4위인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도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그곳 증시에서 약 6조5000억 원을 조달해 차세대 D램 기술과 공장 증설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미중의 간판 반도체 기업들이 선두 한국 추격을 위해 투자 실탄을 장전하고 ‘돈의 전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밖에서는 맹렬한 투자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까지 나서 반도체 기업의 막대한 이익을 나누는 데 매달리고 있다. 5월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 타결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기업 초과이익 재분배’를 위한 토론회를 제안했고, 14일 행사가 열린다.

반도체는 기술과 설비가 승부를 가른다. 당장은 막대한 이득을 내도 나중에 공급이 늘고 가격이 폭락하면 손실을 보는 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어디까지를 ‘초과이윤’으로 간주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투자 전쟁 한복판에서 정의도, 기준도 모호한 ‘초과이윤’을 둘러싼 배분 논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기도 전에 나눠 가질 황금알 개수부터 세는 일처럼 허망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미국의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12%에서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날 마이크론 뉴욕주 팹 콘크리트 타설 행사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올해 초에도 “메모리 생산 기업이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며 대미 투자를 압박한 전력이 있다.

게다가 AI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고 있는 미 빅테크들은 반도체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미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은 반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 CXMT 제품 사용 승인까지 미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막대한 ‘초과이윤’을 내고 있다고 한다면 미국은 청구서부터 들이밀 것이다. 우물 안 ‘초과이윤’ 논쟁으로 투자 전쟁에서 지고 불필요한 투자 청구서만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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