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반도체 초호황은 저성장 늪으로 빠져들던 한국 경제에 벼락처럼 찾아온 축복과도 같았다. 반도체 훈풍에 힘입어 상반기 수출은 496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8.4%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경상 GDP 성장률은 30년 만에 최고치인 1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에 투자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러한 훈풍을 구조적 성장으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잠재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은 도전적인 목표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후 한 번의 반등도 없이 줄곧 하락해 1%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이용한 압도적 선행 투자를 지렛대로 삼아 국가 전체의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실제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전시켰다. 생산인구 감소 등의 악조건 속에서 이러한 청사진을 실현하려면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전반을 개선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장밋빛 목표 이전에 당장 극복해야 할 요소도 많다. 성장률은 오르는데 고용, 특히 청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정부도 올해 취업자 증가 폭 전망치를 연초 전망보다 1만 명 적은 15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여기에 연 2.6%로 예상되는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의 압박이 거세고,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우려 등 중동발 불안마저 다시 커지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와 일자리 가뭄이라는 ‘1무(無)’의 복합 위기를 넘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고통의 무게가 서민과 취약계층에 전가돼 ‘빛바랜 잔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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