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란은 국회 밖 중앙당을 이끄는 당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정당들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당 대표는 총선과 지선 등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다 보니 당권 경쟁은 자신과 소속 계파의 이익을 위해 사생결단의 이전투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입법과 예산 심의에 전념해야 할 의원들이 당 대표의 눈치를 보며 줄을 서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처럼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중앙당도 없고 당 대표도 없다. 여야는 의석수에 따라 하원의장과 하원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당을 이끈다. 프랑스는 중앙당과 당 대표가 있지만 여당의 대표는 대통령이고 야당 대표는 원내대표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원내각제인 영국과 일본은 여당의 당수가 총리가 된다.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나 총리도 아니고, 야당의 원내대표도 아니면서 당 대표라는 자리에서 공천 권력을 앞세워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당 대표 선거에서 당원 투표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민주당은 그 반영 비율이 70%, 국민의힘은 80%에 달한다. 당 대표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과격하고 극단적인 강성 당원들의 요구에 올라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적개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당 대표에 오르고, 이후에도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워 입지를 넓히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그 결과 민생 입법,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야가 출구 없는 대치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당 대표의 공천권 독점, 불법 정치자금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당 대표 제도를 폐지하고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꾸려는 정치 개혁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제 구시대의 산물과도 같은 당 대표가 필요한지, 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방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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