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총장 출신 대통령의 ‘영장 불복’ 말이 되나

2 days ago 5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며 ‘대통령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를 근거로 이르면 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영장은 불법이고 무효”라며 영장 발부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영장에 기재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문구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및 직무상 비밀에 대한 압수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두 조항은 대통령경호처가 대통령실과 안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는 근거가 돼 왔다.

애당초 체포영장 집행은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어서 군사상·공무상 비밀과는 관련이 없다. 수색영장 역시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며 출석 조사를 거부하다 보니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수색이 불가피해 발부된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측은 명분 없는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영장 담당 판사 직무 배제 및 징계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검사들에게 “권력자든 아니든 좌고우면하지 말고 공정한 법 집행을 해 달라”고 강조했었다. 그래 놓고 지금은 현직 대통령 신분을 내세우며 수사당국의 출석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다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효력마저 부인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도 참담한 일인데, 집행 과정에서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면 이 얼마나 꼴불견이겠나.

검찰 출신 대통령이 사법적 판단에 따르지 않고 버티다가 불상사를 초래하면 그 책임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경 관계자가 줄줄이 구속되고, 그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다. 온갖 법 기술을 동원한 수사 회피는 당당하지 못하다. 헌법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의 ‘영장 불복’은 가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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