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U “반도체 위기 땐 비상권한”… ‘파업 무방비’ 韓 보완 입법 서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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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장. AP 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장. AP 뉴시스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으로 불리지만 유럽에는 아픈 손가락이다. 반도체를 한국이나 대만에서 거의 수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현재 10%를 밑도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갑절로 끌어올릴 계획을 내놨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중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반도체 공급 차질을 걱정할 처지다. 유럽의 반도체 공급망 걱정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졌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반도체 공급망 위기 때 발동할 비상 권한이 포함된 ‘반도체법’을 이르면 다음 주 공개한다. 이 법안에는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회사들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필수 제품을 우선 공급하도록 강제하거나 코로나19 사태에서 백신을 확보한 것처럼 EU 차원에서 반도체 공동 구매를 하는 권한이 포함된다고 한다. 또 반도체 회사에 생산량이나 재고 등 공급망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유럽 내 반도체 제조회사가 대상이지만, 한국 자동차 회사에 대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우선순위가 밀리거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계약이나 민감한 제조 데이터 정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를 경제, 안보와 연계하는 시각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반도체가 없으면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항공기 등 핵심 산업과 군대까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27일 남중국해에서 하와이로 향하던 네덜란드 군함을 몰아내며 충돌한 이면에는 두 나라의 반도체 갈등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덜란드와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맞부닥쳤다. 네덜란드는 또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해 중국과 무역 갈등을 겪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보유한 대만에 반도체는 외부의 침략을 막고 미국과 유럽의 안보 지원을 끌어내는 ‘실리콘 방패’다. 한국에도 반도체는 국가 경제와 안보를 지켜주는 방파제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을 통해 반도체 생산시설이 파업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약점이 드러났다. 파업 위기를 겪으며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도 철도 전기 수도 병원 은행 등 필수 공익사업처럼 필수 유지 업무를 사전에 지정하게 하는 등의 보완 입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실리콘 방패를 지키려면 ‘제도의 방패’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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