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정부와 의회는 주거, 안전, 교통, 복지, 교육 등 지역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과 이에 쓰이는 예산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투표장에 가기 전에 현 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해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평가하고, 이번에 나온 후보들이 그보다 나은 해법을 내놓고 있는지 비교할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시도지사를 포함해 지자체장들이 운용하는 올해 예산 총액만 약 481조 원에 달한다. 올해 17개 시도 교육청의 예산 규모는 약 96조 원이다. 둘을 합치면 중앙 정부 예산의 80%에 육박한다. 매년 예산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에 선출된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이 4년간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2300조 원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다루는 지역 살림꾼을 자처한 후보들이 헛된 공약으로 주민들의 혈세를 함부로 축내려 하는 것은 아닌지 따지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우선 수요도 타당성도 없는 ‘허황된 공약’을 앞세우는 후보들을 걸러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가 전혀 없는데도 투자 규모가 수십조 원이 넘는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등의 비현실적인 공약들이 쏟아졌다. 인근 지역에 고속철도 정차역이 있음에도 자신이 출마한 지역에 정차역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후보들도 있었다.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성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려는 후보들도 골라내야 한다. 무턱대고 주민 전체에게 1인당 20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단체장 후보들이나 학생들에게 수백만 원을 직접 주겠다는 교육감 후보들의 현금 살포 공약이 대표적이다.지역 현실을 외면한 채 ‘치적 쌓기용 공약’만 내세우는 후보도 뽑아선 안 된다. 수십억∼수백억 원이 들지만 관람객이 거의 없는 각종 박물관·전시관 등을 짓거나 일회성 축제를 열어 애물단지로 만드는 후보들을 뽑으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장밋빛 공약이나 선심성 공약, 겉만 번지르르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에게 2300조 원을 맡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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