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인정하려면 기존 수사 기록이 아닌 추가 증거조사 등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계약서도 없는 사모펀드 투자금 명목으로 대학 동창에게서 억대 자금을 받아 기망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2억원 상당의 개인 채무가 있었던 40대 A씨는 원금 보장과 고정 이율 수익금이 보장된 사모펀드에 가입하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동창에게서 1억3300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는 사모펀드 상품 가입을 도와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억대의 돈을 A씨의 계좌로 송금하면서 계약서를 요청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향해 기망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1심 때와 동일한 증거를 놓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사모펀드 가입에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때부터 일관된 진술을 하는 피해자는 송금한 돈이 사모펀드에 투자됐음을 전제로 피고인과 대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추가로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해 추가 증거조사 등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이 1심의 판단을 뒤집어 판단하기 위해서는 1심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한 사정이 나타나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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