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40주년전
터렐 ‘상상들’로 빛 체험하고 명상
파레노 대표작 ‘마퀴’도 첫 공개
빛 따라 걷는 미술관으로 재탄생
‘빛의 거장’으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체험하는 미술이다. 빛으로 채워진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침묵과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터렐의 작품을 소장 이후 처음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서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을 연다. 자연과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과천관의 공간 자체를 전시장으로 삼아 빛을 매개로 미술관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기획한 프로젝트다. 로비와 미술관 통로, 전시실, 야외 조각공원까지 관람 동선을 따라 세 개의 전시가 이어진다.
주목할 만한 전시는 2원형전시실에서 열리는 ‘잔상’이다. 이곳에서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가 처음 공개된다. 지난해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으로 LED 조명과 반투명 직물인 스크림을 이용해 공간 전체를 빛으로 물들인다. 작품은 2시간 30분에 걸쳐 색이 서서히 변하며 관람객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터렐은 10대 시절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늘과 빛을 바라본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의 출발점이 됐고, 이후 수십 년간 인간의 지각과 공간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함께 소개되는 칠레 출신 작가 이반 나바로는 네온과 거울을 이용해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을 구현한다. ‘에코(벽돌)’는 벽돌 구조물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가 펼쳐지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내며 약 10년 만에 다시 전시된다. ‘무제(쌍둥이 빌딩)’는 12년 만에 재공개되는 작품이다. 2001년 9·11 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를 직접 재현하는 대신, 건물이 사라진 뒤 남겨진 공백을 끝없이 아래로 꺼지는 공간으로 형상화했다.
미술관 로비와 통로 등 관람객 동선에서는 ‘광경’ 전시가 펼쳐진다. 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대표작 ‘마퀴’가 소장 이후 처음 공개된다. 영화관이나 극장 입구의 전광 간판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깜박이는 빛이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의 긴장감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과천관의 터줏대감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으로 향하는 동선 초입에 설치돼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3층 브릿지에는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설치된다. 과천관의 공간에 맞춰 LED 패널 기반의 장소 특정적 설치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1층부터 3층까지 여러 층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유리창 너머 자연 풍경과 디지털 이미지가 교차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시작 프로젝트 ‘머무는 자리’가 열린다. 김하늘, 방효빈, 임정주, 하지훈, 황형신 등 다섯 작가가 관람객이 직접 앉고 기대며 머물 수 있는 조각을 선보인다. 김하늘은 소래포구에서 수거한 폐스티로폼 어상자에 방탄 차량에 쓰이는 특수 코팅을 입혀 ‘스티로폼 소파(어상자)’를 제작했다.
하지훈은 한국의 돗자리와 기대어 앉는 좌식 문화에서 착안한 조각 ‘자리’를 선보인다. 황형신은 거울처럼 연마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주변 풍경을 비추는 ‘재구성된 풍경’을 선보인다. 조각을 감상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쉬고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다만 터렐과 나바로의 작품을 선보이는 ‘잔상’은 내년 10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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