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늪'에 빠진 LH·코레일…'인프라 양대축'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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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조3510억원, 20조9436억원.’

인프라 조성과 운영·관리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양대 공공기관(LH·코레일)의 지난해 부채 규모다. 택지 조성과 주택 공급, 주거복지 사업 등을 맡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부채 늪에 허덕이고 있다. LH와 코레일의 부채비율(총자산 중 총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반기 기준 200%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자구책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구조적 부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 삶의 질과 연결되는 효율적 인프라 구축과 운영이 이뤄지려면 재정·정책적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채 152조원인데 미분양 매입해야

'빚의 늪'에 빠진 LH·코레일…'인프라 양대축'이 흔들린다

‘인프라 공공기관’ 중 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LH다. 작년 반기 기준 152조3510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08% 수준이다. LH가 대규모 정책사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채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LH 부채는 2019년 126조원, 2020년 129조원, 2021년 138조원, 2022년 148조원, 2023년 152조원 등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올해도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달부터 7200억원어치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LH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광명시흥, 김포한강2 등 사업에 초기 비용을 집중 투입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토지 보상, 대지 조성 등이 사업 초기에 들어가고, 회수 시점은 투자 시점보다 장기간 후행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통상 토지 보상 착수 이후 7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익이 비용을 웃돈다. 실제 2기 신도시 사업 초기이던 2011년엔 부채비율이 468%에 이르렀지만, 현재 200%대까지 줄었다는 설명이다. LH는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서초 서리풀, 고양 대곡역세권,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의 신규 택지도 조성 중이다. 전세사기 대응을 위한 주택 매입 규모가 2만 가구 넘게 책정돼 재무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LH도 나름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 재정 건전화 계획을 처음 수립한 이후 정부 정책 변화 등을 반영해 매년 목표를 재정비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사업 다각화, 비용 절감 등을 이행해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지방공사,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동으로 신도시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해 용지비와 조성비를 절감하고 있다”며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 사업을 확대해 건물공사비 절감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LH 부채는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기존 택지가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은 토지를 분양받은 민간이 건설 경기 악화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뒤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빈 땅으로 남았다. 지방 택지 역시 민간이 개발을 포기하는 곳이 늘어나며 수의계약 상태로 전환된 토지만 전국에 340만㎡에 달한다. 건설 경기 악화에 LH의 역할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지역 건설 경기 활성화 목적으로 LH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만 해도 예산이 1조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LH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대주택 건설·매입 관련 정부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LH의 임대 손실은 2023년 2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정부 지원 단가는 실제 사업비 대비 건설임대는 62%, 매입임대는 66%에 머문다. 차질 없는 정책 물량 수행 및 임대주택사업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정부 지원 단가 현실화’는 꼭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루 이자만 10억원…“경영 효율화 필요”

코레일은 부채비율이 작년 반기 기준 252%에 이른다. 총 20조9436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하루 이자만 10억원꼴이다. 코레일은 KTX 이용객이 2004년 하루 7만 명에서 작년 하루 22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울상이다.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선로 사용료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13년간 철도운임 동결, 공공철도(일반철도·물류 등) 교차보조 등으로 부채가 2005년 5조8000억원에서 작년 20조원대로 4배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는 탓에 정작 중점적으로 비용을 투입해야 할 고속철도 서비스 개선과 철도 안전에 대한 투자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2004년 도입한 KTX의 기대수명은 30년인 만큼 2033년과 2034년 차량을 교체해야 한다. 최소 5조원가량 소요되는데 지금으로선 이 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2009년 정원 5115명을 감축하고 15개 자회사 중 5개를 줄이는 등 효율화를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2016년 수익성이 좋은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SR이 따로 출범한 영향 등으로 영업적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서비스 제공, 철도 안전 투자 확대 등을 위해선 재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코레일이 하반기 요금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코레일은 2011년 12월 이후 한 차례도 열차 운임을 인상하지 못했다. 2011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소비자 물가는 24.2%, 철도를 제외한 교통수단 요금은 최소 5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철은 56%, 시내버스(서울 기준) 요금은 67% 상승했다. 택시 기본요금은 두 배가량 뛰었다. 적자가 누적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요금 동결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철도의 공공성을 고려해 한국전력과 전기철도용 전기요금을 별도로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코레일이 지난해 사용한 전기요금은 5796억원에 이른다. 총영업비용(6조6395억원)의 8% 수준이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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