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남자 골프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 제107회 PGA 챔피언십은 세계 1~3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잰더 쇼플리(미국)의 진검 승부로 기대를 모았다. 이들이 1, 2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묶여서다. 하지만 ‘빅3’는 적어도 1라운드에선 골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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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로리 매킬로이와 스코티 셰플러.(사진=AFPBBNews) |
1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홀로 클럽(파71)에서 열린 제107회 PGA 챔피언십 1라운드. 셰플러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2언더파 69타를 쳤다. 1라운드가 대부분 끝나가는 오전 9시 현재, 셰플러의 순위는 공동 20위.
셰플러는 나름 선전했지만 매킬로이와 쇼플리의 성적은 참담하다. 특히 퀘일 홀로 클럽에서 4차례나 우승한 경험이 있는 매킬로이는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 더블보기도 1개를 범해 3오버파 74타를 치고 공동 98위로 밀려났다.
디펜딩 챔피언 쇼플리 역시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해 1오버파 72타로 공동 60위에 그쳤다. 매킬로이와 쇼플리는 컷 통과가 시급한 처지가 됐다.
셰플러는 지난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PGA 투어 7승, 파리올림픽 금메달 등 독보적인 시즌을 보내며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해왔다. 2주 전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매킬로이는 지난달 마스터스 우승으로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남자 골프 역대 6번째 대기록이다. 쇼플리는 지난해 PGA 챔피언십과 디오픈 챔피언십 등 2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들이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하자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수많은 갤러리가 슈퍼스타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
하지만 ‘빅3’는 경기를 시작한지 7개 홀만에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6번홀(파4)에서 3명 모두 더블보기를 적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장 535야드의 파4홀인 16번홀은 퀘일 홀로 클럽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이 홀에서 셰플러와 쇼플리는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 보내고도, 공에 진흙이 묻은 탓에 2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물로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매킬로이는 깊은 데다가 대회 주간 내린 폭우로 젖어 있기까지 한 러프에 티샷이 빠졌고 공이 발보다 아래에 놓인 경사지에서 2번째 샷을 했는데, 뒷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공은 쳐냈고 이 공은 약 20m 앞으로 나가는 데 그쳤다. 결국 매킬로이도 16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셰플러는 “말도 안되는 날씨 조건 때문에 더블보기를 기록하고도 다음 홀에서 아너를 지켰다. 내 커리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셰플러와 쇼플리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폭우로 코스가 축축해졌음에도 ‘프리퍼드 라이’를 시행하지 않은 주관사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가장 놀라운 건 매킬로이였다. 퀘일 홀로 클럽에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이는 그는 이번주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이날 경기에선 드라이버와 퍼트에 난조를 보였다. 14개 페어웨이에서 공을 안착시킨 건 4차례에 불과했고(28.57%), 퍼트 수는 31개로 치솟았다. 출전 선수 156명 중 드라이브 샷은 150위, 퍼트는 115위에 그쳤다. 퍼트로 2.1타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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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사진=AFPBBNews) |
특히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선 스타들의 고전이 눈에 띈다. AP통신은 세계 랭킹 10걸 중 한 명도 메이저 대회 1라운드에서 10위 안에 들지 못한 건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상위 8명의 선수 중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커녕, 우승 경쟁을 벌여본 선수도 없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2언더파를 치고 공동 20위에 오른 셰플러가 세계 랭킹 10위 내 선수 중 가장 좋은 스코어를 냈다.
셰플러는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공을 보내고도 진흙이 묻어서 다음 샷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건 답답한 일”이라며 “어려운 조건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잘 싸웠다.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선두는 버디 9개와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4타를 적어낸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가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45번 라운드를 치러 최고 스코어를 달성한 그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이라며 “메이저 대회에서 64타를 치는 건 훌륭한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 랭킹 70위인 베가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톱20’에도 든 적이 없으며 지난 3년 동안은 PGA 챔피언십 출전 자격도 없었다.
대회가 열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인 신인 라이언 제러드(미국)와 캠 데이비스(호주)가 5언더파 66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올해 열리는 라이더컵 유럽팀 단장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공동 4위(4언더파 67타), 미국팀 단장 키건 브래들리가 공동 9위(3언더파 68타)로 선전했다.
대체 선수였다가 1라운드 티오프 약 15시간 전에 기권자가 발생해 대회에 참가하게 된 앨릭스 스몰리(미국)도 21m 이글 퍼트에 성공하는 등 4타를 줄여 공동 4위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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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탄 베가스(사진=AFPBBNews) |
한국 선수 중에선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 5개를 기록해 2언더파 69타를 친 안병훈이 공동 20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안병훈은 8번홀(파4)에서 핀까지 28m 거리에서 가볍게 친 어프로치 샷이 그린에 한 번 튀더니 홀 안으로 쏙 들어가는 샷 이글을 앞세워 상위권으로 올라갈 발판을 마련했다.
김주형은 이븐파 71타 공동 46위, 김시우는 1오버파 72타 공동 60위, 임성재는 2오버파 73타 공동 73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걸려 있는 조던 스피스(미국)는 5오버파 76타를 쏟아내고 공동 125위에 그쳐, 사실상 우승이 물거품이 됐다. 스피스는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 2017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PGA 챔피언십만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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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