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수출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김앤장 태평양 율촌 등 주요 로펌이 여는 통상 세미나에 기업 담당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로펌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단기적 통상 압박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과정인 만큼 생산·물류 전략의 근본적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김·장과 영미계 로펌 호건로벨스가 공동 개최한 ‘트럼프 2.0: 무역규제 환경 변화와 헬스산업에 미치는 영향’ 웨비나에 250여 개 기업 관계자가 몰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트럼프 2기 영향 분석을 위한 네 번째 웨비나로 직전 자동차산업에 이어 이번엔 신약 개발, 의료기기, 식품 등 헬스산업에 미칠 영향을 다뤘다.
Q&A 세션에 참석한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과 일본이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목된 만큼 협상을 통해 최종 상호관세율은 25%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며 “비관세 장벽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외 생산기지를 둔 기업은 글로벌 관세 지형을 모니터링하고, 생산 계획 및 공급망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중국 원료를 가져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방식과 관련해 우회 관세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중 김앤장 변호사는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우대, 국산 원료 약가 가산, 국내 개발신약 수출 지원 등 국내 제약사 지원 정책에 미국 제약사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오는 22일 ‘통상전략혁신 허브’ 출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최병일 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을 비롯해 임성남(전 외교부 1차관), 허경욱(전 기획재정부 차관), 표인수(전 산업부 차관) 고문 등이 트럼프 2기 100일의 통상 환경을 분석할 예정이다. 율촌은 이달 말 미국 로펌과 공동으로 ‘트럼프 2기 관세·통상정책 대응 세미나’를 연다. 율촌은 지난 연말 기존 국제통상팀, 국제조세팀 등을 통상산업전문팀으로 확대·개편했다. 신동찬·안정혜·최용환 변호사가 공동 팀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을 지낸 안완기 외국변호사, 특허정보진흥센터 본부장이었던 윤경애 고문이 활동 중이다.
세종은 상반기에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백제흠 세종 변호사는 “원산지 산정 기준을 정확히 확인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특혜 요건 충족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