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손보시장 포화 심해지자
보험사 상품 독점 판매 승부수
전세사기 소송 변호사비에
비만약 위고비값 보장까지
일각 “혁신없이 경쟁만 유발”
DB손해보험사는 반려인이 입원할 때 반려동물 위탁 비용을 보험으로 해결하는 상품을 이달 초 출시했다. 비슷한 상품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DB손보는 이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해달라고 손해보험협회에 신청했다. 단일한 요율을 적용하던 기존 상품과 달리 반려견 몸무게에 따라 보장금액을 차등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화재는 화제를 모으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등의 비용를 보상하는 상품을 지난 12월에 내놨다. 위고비를 비롯한 GLP-1 치료제 보장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요청해 인정받아 관련 담보와 서비스에 대해 6~9개월간의 독점 출시권을 얻었다.
보험업계에서 배타적 사용권 취득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접수된 생명·손해보험사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은 총 18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상품을 내놔야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될성부른’ 상품을 출시하고 일정 기간 독점 판매해 최대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특허 인정 기간이 늘어나면서 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간 연장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배타적 사용권이 실제로 인정된 건은 지난 5년간 출원 건수의 77%인 141건 수준이다.
단기간에 인기를 끌어야 하는 상품이다 보니 출시 시점의 트렌드가 반영된 상품이 많다.
롯데손해보험은 ‘주택 임차보증금 반환 민사소송 및 강제집행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보험’을 작년 3월 내놨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에 피해를 입었을 때 변호사 비용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손보협회는 이 상품에 대해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했다.
신한ez손해보험에선 송금 실수를 하는 고령층을 겨냥해 ‘착오송금 회수비용 보장보험’을 내놨다. 회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편료, 송달료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송금 시 실수를 하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다.
상품뿐 아니라 상품에 포함된 일부 특약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신청도 많다.
한화손해보험은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3.0 무배당’ 상품에 포함된 담보 2가지와 서비스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제왕절개 수술 흉터 진단비, 출산지원금 지급, 출산 시 보험료 1년치 면제 등에 대해서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다.
생·손보사 모두 배타적 사용권 신청에 적극적이지만 손보사의 신청이 더 많다. 지난해의 경우 생보사는 11건, 손보사는 26건이 신청돼 손보사 신청 건수가 생보사의 두 배를 넘겼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보다 손보사 상품의 보장 범위와 상품군이 넓다”며 “최근 관심이 높아진 건강보험도 손보사 상품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는 DB손보 반려견 상품 외에도 KB손보에서도 치매 검사 관련 지원비 보장을 내건 상품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보험사들 신청이 늘면서 올해부터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이 기존(3~12개월)보다 늘어난 6~18개월로 확대됐다. 기존에 부여된 배타적 사용권 중 절반가량의 기간이 3개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기간이 6개월로 확대될 경우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정 기간 연장을 두고는 실효성이 미미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존에도 최대 기간을 부여받은 경우는 없었던 만큼 이번 연장은 당국의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짧다보니 흥행 여부를 보고 비슷한 상품을 출시해도 늦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혁신적인 상품은 별로 없고 엇비슷한 상품들이 미세한 차이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용어설명
▷ 배타적 사용권 = 다른 회사가 유사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독점 판매 권한을 주는 제도로, 일종의 특허권이다.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내 신상품심의위원회가 각 상품에 대한 심사를 거쳐 부여한다.